HL그룹이 세계 1위 자율주행 주차로봇 기업인 스탠리로보틱스를 인수한다.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정몽원 회장(사진)의 뜻에 따라 지난달 설립한 HL로보틱스가 인수 주체로 나섰다. 이를 계기로 HL그룹의 계열사가 각각 벌이던 로봇 사업을 HL로보틱스가 주도적으로 수행하기로 했다. HL그룹은 스탠리로보틱스 인수를 통해 글로벌 종합 주차로봇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프랑스 리옹국제공항 등서 사용HL홀딩스 자회사 HL로보틱스는 프랑스 주차로봇 기업인 스탠리로보틱스 지분 74.1%를 프랑스 기관투자가로부터 약 32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발표했다. 오는 12월 잔금을 납부하면 HL로보틱스가 이 회사 최대주주가 된다. 나머지 지분을 가진 창업주들은 HL로보틱스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에도 경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2015년 설립된 스탠리로보틱스는 주차장에서 자율주행으로 차를 파킹해주는 로봇을 만드는 업체다. 연 매출은 300억원 안팎으로, 실외 자율주행 주차로봇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제품은 2018년부터 프랑스 리옹국제공항에서 쓰이고 있는 ‘스탠’이다. 자율주행 기능에 원격제어가 가능한 게 강점이다. 관제실에서 여러 주차로봇을 실시간 제어할 수 있다. 지능형 자동 충전 기능이 장착돼 배터리가 떨어지면 알아서 충전 스테이션으로 간다.
이 덕분에 지난달에는 북미 3대 철도 물류기업으로 꼽히는 캐나다 내셔널철도와 주차로봇 구독 계약을 맺기도 했다. 북미에서 처음 상용화된 자율주차 로봇이란 타이틀도 얻었다. HL그룹 관계자는 “성능이 검증된 덕분에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구매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열 정비해 신사업 가속화HL그룹은 스탠리로보틱스 인수를 계기로 그룹 내 로봇 사업 효율화에도 나서기로 했다. 그룹 내 로봇 사업은 지난달 6일 HL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설립한 HL로보틱스가 주도적으로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룹의 각 계열사가 진행해온 자율주행 로봇 사업은 HL로보틱스가 주도권을 쥔다. 정 회장은 지난 1일 창립 62주년 기념사에서 “기존 비즈니스를 토대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계획”이라며 “새롭게 출범하는 HL로보틱스가 그룹 내 신사업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HL그룹은 HL로보틱스 설립과 스탠리로보틱스 인수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글로벌 주차로봇 시장의 리더가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주차로봇 시장은 지난해 21억달러(약 2조8300억원)에서 2030년 67억달러(약 9조400억원) 규모로 성장한다. 주차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수고로움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대형 빌딩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HL그룹은 주차로봇 외에 다른 로봇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HL그룹 관계자는 “향후 주차로봇 사업을 넘어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