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살짝 눌렀더니 '깜짝'…국내 연구진 일냈다

입력 2024-10-08 17:33
수정 2024-10-08 17:34

국내 연구진이 살짝만 눌러도 투과율을 큰 폭으로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창문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 기술로 저명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지난달 온라인 게재됐다.

8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대학 전석우 교수 연구팀과 KAIST(한국과학기술원) 홍정욱·신종화 교수 연구팀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 같은 기능을 지닌 광학 필름을 개발했다.

창문은 빛이나 시야, 사생활(프라이버시)뿐 아니라 실내 온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도시 에너지 소비의 40% 이상이 조명과 온도를 조절하는 건물 운영에 사용되므로 갈수록 효율적 스마트 창문 설계가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스마트 창문에 활용되는 광학 필름은 특정 방향으로 잡아당길 때 구조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를 통해 빛을 산란시켜 투명 상태인 창문을 불투명 상태로 또는 반대로 전환할 수 있다. 다만 기존 재료는 광학 조절 활성화에 15% 이상의 높은 변형률이 필요한 게 걸림돌로 작용했다. 미터(m) 크기 창문의 경우 재료가 15cm 이상 늘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를 때 광학 조절이 활성화되는 새로운 다공성 재료 구조를 설계했다.

연구진은 오징어의 색소 조절 능력에서 영감을 받아 이러한 광학 필름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이 광학 필름은 간단한 메커니즘을 통해 창문 크기와 관계없이 머리카락 두께 수준 변형만으로 94%의 높은 투과율 변화를 이끌어냈다.

또한 기존 광학 필름과 달리 누르면 특정 부분만 국소적으로 투명하게 할 수도 있다. 투과율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창문 시스템에 다양하게 응용 가능한 대목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원천기술 개발 사업(미래 소재 디스커버리 사업과 미래 기술 연구실 사업) 전락형’의 지원을 받았다. 전석우 교수는 “단일 공정만으로 세계 최고 수준 투과 효율을 달성했다는 의의가 있다. 기존 기계 변형 광학 필름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 새로운 스마트 창문 시스템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