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스 지연 기업 70%는 "상황 어렵다"…16곳은 '폐업 수준'

입력 2024-10-08 17:22
수정 2024-10-08 17:41

중소벤처기업부가 한국엔젤투자협회를 통해 팁스(TIPS) 지원이 지연된 스타트업·중소기업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10곳 중 3곳은 경영 상황이 어려워 추가 자금 확보가 필요하거나, 폐업 등 사업 영위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엔젤투자협회의 현황조사 결과 팁스 지급이 지연된 719개 기업 중 237곳(33.0%)만 투자 유치 등 자체 자금으로 하반기 운영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다소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영은 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248곳(34.5%), 상황이 어려워 하반기 운영을 위한 자금 확보에 노력 중이라 답한 곳은 218곳(30.3%)이었다. 자금 상황으로 폐업 등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답한 곳도 16곳(2.2%)이나 됐다.

팁스는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민관 협업 프로젝트다. 민간 투자사가 초기 기술기업에 선투자하면 정부 자금을 매칭(최대 5억원)한다. 최대 7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전체 창업지원 예산 중 팁스 비중은 31%에 달한다.

중기부는 현 정부 R&D 예산 삭감 추세에 따라 올해 초 팁스 기업들에 사업비 삭감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팁스 사업은 삭감하지 않겠다고 선회했지만, 충분한 예산 확보엔 실패해 올해 예정된 사업비를 못받은 스타트업들이 속출했다. 이 의원은 “연구·개발 스타트업 대부분은 초기 매출이 나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대출조차 받을 수 없다. 갑작스러운 지원금 중단으로 스타트업은 인력이 유출되고, 기술개발은 멈추면서 존폐 갈림길에 몰린다”라고 말했다.

팁스 선정 기업 A사는 올해 지원받기로 한 사업비의 20%가량이 내년으로 넘어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A사 대표는 “당초 협약한 금액 기준으로 인건비 등 계획을 짜놨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중기부는 팁스 운영기관인 엔젤투자협회 등에 미리 알렸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따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어 직접 전화하고서야 지연 사실을 알았다”며 “알려줘야 사업계획도 수정할 것 아니냐”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