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르, 수요예측 참패...22개월래 '최저 경쟁률'

입력 2024-10-08 17:16
수정 2024-10-08 17:17
이 기사는 10월 08일 17:1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초소형 위성 개발사 루미르가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참패했다. 공모주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한창인 데다 우주항공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여서다.

루미르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5영업일 동안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경쟁률이 13.1대 1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2022년 12월 바이오노트 수요예측(경쟁률 3.3대 1) 이후 약 22개월만에 최저치(스팩·리츠 제외)다.

이번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기관투자가 423곳이 참여했다. 참여 기관의 86.2%에 해당하는 365곳이 희망 공모가(1만6500~2만500원)의 하단 이하 가격을 제시했다.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를 약속한 곳은 1곳에 불과했다.

회사와 주관사는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최종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보다 27% 낮은 1만2000원으로 결정했다. 공모 주식 수도 300만주에서 240만주로 20% 줄였다. 당초 2928억~3637억원이었던 루미르의 예상 시가총액은 2059억원으로 낮아졌다. 공모금액은 288억원이다.

올해 대다수 IPO 기업이 희망 가격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 성적이다. IPO 기업이 희망 가격 하단보다 낮게 공모가를 결정한 건 지난해 11월 동인기연 이후 약 11개월만이다.

루미르는 2009년 설립된 우주항공 스타트업이다. 인공위성 시스템과 전장품, 위성 영상·정보 등을 주로 판매한다. 100% 수입에 의존하던 인공위성 핵심 장비를 소형화하고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항공 IPO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는 평가다. 최근 상장한 우주항공 관련 기업의 주가는 모두 부진했다. 지난해 11월 컨텍은 공모가 2만2500원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지만, 이날 1만10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7월 상장한 이노스페이스 주가는 이날 1만8650원으로 공모가(4만3300원) 대비 57% 하락했다.

우주항공은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개화하겠지만, 단기간에 각 기업의 실적이 본궤도에 오르기엔 쉽지 않다는 평가다.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한 만큼 실패 가능성도 높다.

실적 대비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기업가치도 투자 심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루미르는 2026년 추정 순이익(266억 원)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루미르가 그동안 한번도 순이익을 낸 적이 없었던 만큼 장밋빛 미래 실적에 기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루미르는 오는 10~11일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