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젖줄' 마른다…보릿고개 넘는 벤처투자업계

입력 2024-10-08 15:13
수정 2024-10-08 15:14
국내 스타트업의 젖줄 역할을 하는 벤처투자업계가 자본잠식에 빠지거나 폐업에 내몰리는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벤처캐피털(VC)은 총 27곳으로 확인됐다.

벤처투자법은 벤처투자회사의 경우 자본잠식률을 50%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회사가 경영건전성 기준을 갖추지 못하거나 이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면 해당 회사를 상대로 자본금 증액·이익 배당 제한 등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이 법에 따라 경영개선 요구를 받은 벤처투자회사는 2020년만 해도 3곳뿐이었지만 2021년 4곳, 2022년 6곳으로 늘더니 지난해 8곳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지난 7월 기준으로 이미 6곳이 경영개선 요구를 받은 상태다.

이 기간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넘게 일정 비율 이상 투자를 하지 않다 제재를 받은 '개점휴업' 상태의 벤처투자회사는 12곳에 달했다.

벤처투자회사의 투자는 스타트업들 입장에선 '젖줄'과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을 위한 모험자본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하지만 투자 심리 위축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벤처투자업계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 벤처투자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벤처투자회사 폐업도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기준 벤처투자회사는 총 246곳. 이 가운데 자진반납·행정취소 등으로 등록이 말소된 벤처투자회사는 6곳이었다. 이미 지난해 말소된 전체 벤처투자회사(4곳)보다도 많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5곳, 2021년 6곳, 2022년 8곳이 문을 닫았다. 최근 5년간 문을 닫은 벤처투자회사는 총 29곳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민간 출자자 19곳이 3280억원을, 모태펀드에서 2310억원을 출자해 총 8376억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다만, 출자 분야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됐다. 정부는 지난 1월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초격차 △세컨더리 △K글로벌 자펀드를 핵심 출자분야로 꼽았다. 이 중 K글로벌은 국내 기업이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플립 기업이나 한국인 창업자가 일정 비율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해외법인에 투자하는 자펀드로 이번 선정 결과 발표에선 제외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선정 과정에서 K글로벌 자펀드에 대한 민간 출자자의 수요가 부족해 이 분야를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은 "민간 출자자의 수요와 투자시장 업황을 고려해 보다 촘촘하게 정책을 기획했어야 했다"며 "민간 투자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벤처투자 시장의 ‘돈맥경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투입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