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08일 16: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회사채·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하는 등 자본시장에서 차입금 조달을 늘려가고 있다. 경영권 방어용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불어나는 차입금에 기업 신용등급 ‘AA+’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신용평가는 지난달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평가했다. 기업어음(CP) 등 단기 신용등급도 최상위 등급인 ‘A1’을 받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기업 신용등급 ‘AAA’부터 ‘D’까지 총 10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AA+’는 최상위 등급인 ‘AAA’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 일반 기업 가운데 LG화학, 포스코, 네이버, 삼성물산 등이 ‘AA+’ 신용도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AA+’ 신용도를 확보한 건 '무차입 경영'의 결과다. 이 회사는 넉넉한 현금창출력 덕분에 차입금 조달을 최소화했다. 차입금 조달에 나서지 않는 만큼 2013년 이후 신용평가업계를 찾지도 않았다.
신용도가 확정된 이후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그동안의 무차입 경영 기조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대신 그동안 찾지 않던 시장성 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려아연은 메리츠증권의 도움을 받아 사모채 1조원을 발행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의 지원으로 CP 4000억원 조달도 마쳤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고려아연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고려아연 신용등급 하방 변동 요인으로 △투자 확대 등에 따른 재무 부담 상승 △지배구조 불확실성으로 인한 사업 및 재무안정성 저하 등을 내걸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경영권 분쟁 등으로 사업 및 재무안정성 저하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용등급 하향 검토 요인 지표를 충족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기업평가는 '순차입금/EBITDA'가 0.5배 초과 상태가 되면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이 무차입 경영 기조를 포기하면서 '순차입금/EBITDA’ 수치는 오름세다. 2023년 ?1.2배에서 올해 6월 ?0.6배까지 올랐다. 여기에 대규모 차입금으로 공개매수가 진행되는 만큼 '순차입금/EBITDA’ 수치는 1.73배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게 MBK파트너스 측의 주장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