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가족이 신랑에게 '신붓값'을 요구하는 중국의 오랜 관습이 현지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허난성 화이빈현에서 결혼식 당일 신부를 데리러 온 신랑 측에 신부의 친오빠가 18만8000위안(약 3600만원)에 달하는 '차이리'(彩禮·신붓값)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소란이 일었다. 차이리는 결혼식 때 신랑이 신부 가족에게 줘야 하는 돈을 말한다.
과도한 차이리를 요구한 신부의 오빠는 웨딩카의 지붕 위로 올라가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 떠나는 것을 막아서며 "신부를 데려가려면 18만8000위안 더 내!"라고 소리쳤다. 차가 출발하지 못하게 차 보닛 위나 길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영상으로 담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결국 경찰이 출동한 끝에 사태는 해결됐다. 조사 결과 신부 오빠는 신랑이 신부의 개인 계좌로 차이리 18만8000위안을 입금했기 때문에, 이는 '신부 가족이 아닌 신부에게 준 돈'이라는 논리로 추가 차이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신랑과 신부 측 가족 간 중재를 진행, 신랑이 신부 가족에게 3만위안(약 570만원)을 더 주는 것으로 합의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신부 가족에 대한 존중의 표시'였던 차이리의 본래 취지가 '돈을 받고 신부를 넘기는 악습'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게 무슨 결혼이냐, 장사하는 거지", "신랑과 신부가 안쓰럽다", "동생을 돈으로 보고 장사하는 거나 다름없다" 등의 반응이다.
중국 농촌의 오랜 관습인 차이리로 인한 논란은 종종 벌어진다. 현지 SNS에서는 차이리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혼식장에 도착한 신부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신랑 측과 언쟁을 벌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중국에 이러한 문화가 있는 배경에는 불균형한 남녀 성비가 있다. 차이리뿐만 아니라, 신랑 측이 결혼할 때 가전제품, 자동차, 부동산 등을 신부 측에 구입해주는 지참금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지난해 2월 차이리 등 농촌 지역 결혼 문화를 바꾸기 위한 캠페인을 시행하기도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