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200억 꽂혔다"…떼돈 벌어들인 직업의 정체 [유지희의 ITMI]

입력 2024-10-09 20:34
수정 2024-10-09 22:21

"한 시간만 머물러주세요." 지난 8일 '신입 여자 BJ 같이 경제 이야기해요'라는 제목을 내걸고 아프리카TV에 가입해 직접 방송을 진행해봤다.

절차는 간단했다. 별다른 규제나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 직접 아이디를 입력하고 카카오나 네이버 등을 연동, 휴대폰 번호로 인증하면 곧바로 PC와 휴대폰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이날 오후 1시10분께부터 한 시간 가까이 진행했는데 방송 시작 7분 후 시청자는 2명에서 20분이 지나자 6명으로 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 수가 신경 쓰이는 건 인지상정이었다. '별풍선' 공약을 제시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끝까지 방송을 봐주는 시청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식사 여부 등 안부를 자연스레 물어보기도 했다

별다른 흥미 유발에 실패했는지 중간에 퇴장하는 시청자들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호소한 덕분인지 한 시간이 지날 때까지 시청자 4명은 끝까지 남아있었다. 별풍선을 달라고 부탁해보기도 했지만 한 개도 받지 못했다.

아프리카TV 별풍선 집계 사이트 '풍투데이'에 따르면 별풍선 상위 10명 중 여캠(여성 BJ)은 6명. 이들 중 한명을 제외하면 모두 토크·캠방을 진행했다.

상위 10명의 일평균 별풍선은 5486개였으며 이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약 60만3460원이었다. 수수료를 제외하면(일반 BJ 기준) 이들은 시간당 48만원가량을 번 셈이다. 아프리카TV 상위 10명 별풍선 수입 656억국내 대표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로 자리잡은 아프리카TV(현 SOOP)는 개국 초기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동안 수많은 논란 가운데서도 꾸준히 성장해 시가총액 1조1200억원 규모의 기업이 됐다.

몸집이 커진 만큼 소속 BJ들 수입도 상당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아프리카TV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TV는 지난해 별풍선 상위 10명의 BJ에게 총 656억원을 지급했다.

별풍선은 아프리카TV의 유료 후원 아이템으로 별풍선 한 개에 110원(부가세 10% 포함)이다. 시청자가 이를 구입해 BJ에게 쏘면 BJ는 일반, 베스트, 파트너등 등급에 따라 60~80원 사이의 금액을 수익으로 얻는다. 일반 BJ들은 수수료가 30%지만 베스트와 파트너는 수수료 20%가 책정된다.

아프리카TV 인기 BJ들의 별풍선 환전액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상위 10명 BJ의 실수령 총액은 지난해 214억원에서 1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이 중 BJ '커맨더지코'는 지난해 별풍선 3억개를 받고 아프리카TV로부터 약 200억원을 환전받았다.

커맨더지코는 '엑셀방송'으로 수익을 올렸다. BJ들의 후원금을 '엑셀 문서'처럼 공개한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주로 남성 BJ가 진행하는 방송에 여러 명의 여성 BJ가 집단으로 출연해 지목받으면 춤을 추는 등의 형태로 진행된다.

별풍선 상위 10명의 BJ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성이며 모두 엑셀방송 운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사명 'SOOP'으로 변경 아프리카TV는 전문 방송인이 아닌 일반인들 중심으로 진행되는 특성상 일부 BJ들 중심으로 별풍선을 받기 위한 자극적 콘텐츠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별풍선을 받으려고 노출 등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유해한 콘텐츠를 생산해 많은 지적을 받았다.

아프리카TV 시청자 40만명을 보유한 BJ셀리는 최근 별풍선을 후원받을 때마다 춤추면서 소리를 지르고 층간소음을 유발해 논란이 됐다.

아프리카TV 측도 대응을 통해 만 14세 미만 청소년들이 방송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음란, 도박, 위법행위, 저작권 침해, 청소년 유해 등의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다.

특히 '벗방(노출 방송)'에 대한 선정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만큼 성기 노출, 성행위를 하는 행위나 음란물 또는 음란 사이트를 송출하거나 홍보 및 유포하는 행위 등에 대한 제재를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정도에 따라 최대 영구정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프리카TV는 '모든 게 콘텐츠가 되고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새로운 사명 숲(SOOP)으로 새단장해 이미지 쇄신을 꾀하고 있다.

정찬용 아프리카TV 대표는 오는 24일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할 예정이다. 소속 BJ들의 사건·사고와 '엑셀방송' 등으로 부정적 시선을 받는 데 대해 직접 해명할 예정이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