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2.5%' 고금리 조달…폴라리스쉬핑의 '고육지책'

입력 2024-10-07 10:47
수정 2024-10-08 09:30
이 기사는 10월 07일 10:4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폴라리스쉬핑이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연 12.5%의 고금리 대출을 조달해 경영권 방어에 나선다. 경영권은 부랴부랴 방어했지만 재무구조는 한층 더 나빠질 전망이다. 내년에 1000억원을 조기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있는 만큼 보유한 선박도 팔아야할 처지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은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지난달 말 3400억원을 빌렸다. 연 금리는 12.5%, 만기는 2년이다.

폴라리스쉬핑은 고금리 대출을 감행한 건 재무적투자자(FI)들의 자금을 돌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폴라리스쉬핑은 선순위 채권자인 칸서스자산운용의 대출 잔금 약 517억원과 중순위 채권자인 NH PE-이니어스 컨소시엄의 원금·이자 약 2700억원을 지난달 말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상환하지 못하면 채권단이 담보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회사 경영권도 장악하게 된다.

폴라리스쉬핑은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칸서스자산운용과 NH PE 컨소시엄의 자금을 부랴부랴 갚았다. 김완중·한희승 폴라리스쉬핑 회장은 경영권 상실 위기는 넘겼다. 이 회사는 FI 자금 상환을 위해 1년 넘게 사모펀드(PEF)·증권사 등을 돌며 자금조달을 문의했다.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와 SG PE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PEF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김완중·한희승 회장이 배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된 상황인 만큼 '오너 리스크'도 자금 조달에 악영향을 미쳤다.

김완중·한희승 회장이 경영권을 움켜지려는 의지가 강렬한 만큼 조달작업도 순탄치 않았다. IB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지키면서 투자 유치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남은 선택지는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것"이라며 "메리츠증권이 제시한 조건보다 더 좋은 투자 유치 조건을 제시한 곳도 있었지만 오너들이 경영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면서 재무구조 훼손 방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으로부터 12.5%의 금리에 3400억원을 빌린 폴라리스쉬핑은 1년에 이자 부담만 425억원에 달한다. 폴라리스쉬핑이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931억원)의 절반가량을 이자 비용으로 써야 한다는 얘기다.

폴라리스쉬핑은 1년 뒤 메리츠증권에 약 1000억원을 먼저 갚아야 하는 조기 상환 계약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이 부족한 폴라리스쉬핑은 또 다른 투자 유치에 나서거나 빚을 갚기 위해 보유 선박을 매각하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