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체코 신규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내년 3월 최종계약…동유럽 추가수주 기대

입력 2024-10-07 16:19
수정 2024-10-07 16:20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전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원전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원전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수원의 역할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최종 계약을 앞두고 정부는 지난달 체코를 공식 방문하는 등 원전 수주를 위한 ‘세일즈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근 발표한 ‘2050년 에너지, 전기 및 원자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산업이 고성장한다는 시나리오에서 전 세계 원전 발전 용량은 작년 말 기준 372기가와트(GW)에서 2050년 950GW로 증가할 전망이다. 저성장 시나리오에서도 원전 발전 용량은 2050년 514GW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27년간 원전 발전 용량이 현행 대비 1.4~2.5배 수준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원전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한수원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7월 체코 신규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수원이 최종 계약까지 이끌어내면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한 이후 15년 만의 원전 수출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체코 정부가 발표한 예상 사업비는 4000억코루나로 약 24조원 규모다. 이는 최근 건설 허가를 받은 신한울 3·4호기 예상 공사비(11조7000억원)보다 약 두 배 많다. 특히 체코는 추가로 테멜린 지역에 짓는 최대 2기의 원전 건설 협상 여지를 남기며 원전 수주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원전 수주에 따른 낙수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체코와 ‘원전 동맹’을 맺으면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지역에 원전을 추가 수주하는 등 전 세계 원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지난달 20일 체코 플젠에 있는 두산 스코다파워에서 양국 간 원전 전주기 협력을 위한 협약식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 기간 한수원 주관으로 열린 협약식에서 한수원은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현지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와 체코 신규 원전사업용 터빈 공급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국은 “두 나라가 함께 짓는 원전”이라는 비전 실현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수원은 체코 원전 기자재 공급사인 아마튜리그룹과 기자재 공급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체코전력산업협회와는 기자재 현지화 협력 MOU를 맺었다. 이외에도 양국의 원전 관련 기업 및 기관들이 원전 기술 개발, 설계, 기자재 공급, 운영 및 정비, 방사성폐기물 관리, 인력 양성 등 원전 전주기에 걸쳐 총 12건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향후 양국 간 원자력 분야 전반을 아우른 교류가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과 함께 체코 사업 입찰에 참여한 국내 기업 경영진과 ‘체코 신규 원전사업 협상 점검회의’를 개최해 발주사와의 협상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황 사장은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을 계기로 양국의 원자력 분야 협력이 더욱 공고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체코 방문에서 페트르 파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내년 최종 계약 체결까지 남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도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2015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양국 우호 관계의 견고한 토대를 확인했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방산, 경제, 첨단산업 부문 협력에 대한 긴밀한 논의를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