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고성능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MLCC 사업을 맡는 삼성전기를 수시로 찾아 경영진과 미래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등 현장경영에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7일 이 회장이 전날 필리핀 칼람바에 있는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MLCC 사업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삼성전기 경영진과 미래사업 전략을 논의한 다음 MLCC 공장을 직접 살펴보면서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할 것을 당부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부품이다. 회로에 들어오는 전류가 일정하지 않으면 전자제품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고장이 날 수 있다. MLCC는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이 부품은 스마토폰이나 전기차 등에 주로 사용된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이유다.
이 회장은 최근 부산, 중국 톈진 등에 있는 삼성전기 사업장을 연이어 방문했다. 고부가 MLCC 시장 선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삼성전기 필리핀 생산법인의 경우 1997년 설립 이후 2000년을 기점으로 IT용 MLCC, 인덕터 등을 생산해 왔다.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고성능 전장용 MLCC 추가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필리핀 생산법인은 2012년 MLCC 제2공장을 준공하고 2015년 288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추가 증설했다. 부산·톈진 생산법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생산 거점으로 성장한 것.
삼성은 부산 생산법인을 MLCC용 핵심 소재 연구개발과 생산을 주도하는 특화 지역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중국·필리핀 생산법인은 IT·전장용 MLCC 글로벌 핵심 공급 거점으로 운영한다.
삼성전기는 특히 전장용 MLCC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폰엔 IT용 MLCC가 1000개 정도 탑재되는 데 비해 전기차엔 전장용 MLCC가 3000~2만개가 들어가서다. 전장용 MLCC가 가격도 3배 이상 더 비싸다.
업계에 따르면 MLCC 시장은 지난해 4조원에서 2028년 9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