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다음달 5일부터 거래 종료 시각을 기존 오후 3시에서 오후 3시30분으로 30분 연장한다고 현지 공영방송 NHK 등이 7일 보도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폐장 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1954년 종료 시각을 오후 2시에서 오후 3시로 늦춘 이후 70년 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투자자의 거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시간 연장을 주장해 온 도쿄증권거래소와 금융청은 숙원을 실현하게 됐다”고 했다. 이번 연장 조치의 계기는 2020년 10월 1일 발생한 대규모 시스템 장애 사태다. 거래 시간이 짧은 탓에 장애를 복구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거래가 중단됐다. 거래 시간이 연장되면 시스템 장애에 대응할 시간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에 비해 짧은 절대적인 거래 시간도 문제로 지적됐다. 영국 런던 증시는 하루 8시간, 미국 뉴욕은 6시간30분간 증시가 운영된다. 일본은 점심 휴장 시간을 제외하면 거래 가능 시간이 5시간30분에 불과하다. 한국 유가증권시장 거래소도 개장과 마감 시간은 일본과 같지만 점심 휴장 시간이 없어 운영 시간이 한 시간 더 길다.
다만 연장 과정에서 펀드 기준가격 산출 업무 부담 등으로 자산운용업계의 반대도 있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일부 데이터 전달 시간을 앞당기는 등 시스템을 개선하고 협의를 진행해 종료 시각을 연장했다. 투자신탁협회를 통해 운용 각사에 팩스를 그만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전산 시스템에 의한 자동 처리를 촉진하는 등 업무 개선을 요청하기도 했다. 주가 급등락을 우려해 공시를 장 마감 후로 미뤄온 기업들에도 공표할 정보가 있다면 장중에 신속하게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결산 실적의 경우에도 장중에 발표하는 곳은 도요타자동차 등 소수에 불과하다. 야마미치 히로미 일본 거래소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거래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시장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