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에 참석한 미국의 엘리자베스 로즈 박사가 “기본소득은 한계가 있고, 선별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다수 경제학자들 주장을 반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의미가 적잖다. 로즈 박사가 ‘챗GPT 창시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기본소득 실험을 총괄한 인물이어서다.
올트먼 CEO는 인공지능(AI)이 인간 일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시대에는 기본소득이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사재를 출연해 3년간 야심 찬 실험을 했다. 그러나 저소득층 2000명에게 총 500억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 대규모 실험의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기본소득 수급자는 일하는 시간을 주 1.3시간 줄였고, 연소득이 1500달러(기본소득 제외) 감소했다. 사회 전반의 건강을 증진할 것이라던 기대 역시 근거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럼 발표자로 나선 로즈 박사는 “저마다 상황과 필요가 상이한 이들에게 같은 금액을 주면 서로 다른 욕망을 효과적으로 충족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이 AI발 일자리 감소 대응책으로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을 직접 확인해 줬다. ‘긍정적 효과도 많은데 국내 언론이 실험 결과를 왜곡했다’고 주장해 온 국내 진보 진영 일각의 억지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로즈 박사의 결론은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싼 논쟁에 큰 시사점을 준다. 대선 후보 시절 ‘세계 최초의 기본소득 국가’를 공약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끝없이 기본소득제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도 그런 맥락이다.
포럼에서는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주는 하후상박형 ‘서울 디딤돌소득’(옛 안심소득) 실험 성과도 발표됐다. 근로소득 상승, 근로의욕 고취 등 긍정적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더 이상 디딤돌소득 지원이 필요 없는 탈수급률이 8.6%에 달해 계층 사다리로서의 기능도 돋보였다. ‘먹사니즘’으로 명명된 야당의 ‘퍼주기 지원’ 행보는 재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