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는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의 생계를 보호하고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사회 안전망이다. 하지만 실업급여가 오히려 구직과 근로 의욕을 꺾는 제도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젠 외국인 근로자마저 단기 취업 후 이직을 되풀이하는 방식으로 이를 악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쯤 되면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이 근로자의 편법을 부추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실업급여 현황’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국내에 취업한 중국 국적 동포가 납부한 고용보험료는 317억원, 이들이 받은 실업급여는 341억원이다. 낸 돈보다 24억원을 더 받아 간 것이다. 고용허가제 대상으로 국내에 취업해 이직이 제한되는 베트남, 필리핀 출신 근로자의 납부액 대비 수령액 비율이 20~30%대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상대적으로 이직이 용이한 중국 동포들이 한국 실업급여의 ‘단맛’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격차다. 일본 국적자의 수령액 비율도 99%가 넘는다. 한국의 실업급여가 ‘글로벌 호구’가 된 셈이다.
국내 근로자 중 5년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수급한 사람도 지난해 11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였다. 우리나라 실업급여 하한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세후로 따지면 최저임금보다 높다.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쉬면서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무제한 반복 수급이 가능하니 “못 타 먹는 사람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복 수급자의 실업급여를 최대 50% 감액하는 정부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도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 탓이다. 얌체 수급자를 걸러내는 건 틀어막으면서 꼬박꼬박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는 근로자의 허탈감은 나 몰라라 한다. 중소기업은 일손이 없다고 아우성치는데 정작 일할 곳이 없다며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람은 급증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