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글로벌 식품 사업 확대를 위한 해외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9월 유럽에 이어 지난 주말 롯데웰푸드의 초콜릿 제품 원료를 수입하는 아프리카 가나 협력사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 모태인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를 세계적인 K푸드 열풍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보”라고 말했다.
7일 롯데에 따르면 신 회장과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는 지난 주말 아프리카 방문길에 올랐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가나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 증대 방안을 논의하고 가나 초콜릿 주원료인 코코아 조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나 초콜릿은 가나에서 코코아 전량을 수입해 만든다.
국제 코코아 가격은 올해 초부터 코코아 생산량 세계 1~2위인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극심한 가뭄과 고온 현상이 이어진 탓에 천정부지로 뛰었다. 작년 초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t당 2500달러 수준이던 코코아 선물 가격은 올해 4월 중순 사상 처음으로 1만달러를 넘어섰다. 하반기 들어 하락세로 돌아선 뒤 이달 4일 7055달러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평년과 비교해 세 배가량 높다. 이 때문에 롯데웰푸드는 중남미 등 코코아 대체 수입처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가 1964년 일본에서 먼저 선보인 가나 초콜릿은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내년에는 한국 출시(1975년) 50주년이 된다. 작년까지 국내 누적 판매액은 약 1조3000억원, 수량으로 환산하면 약 66억 개다. 가나 초콜릿은 판 형태 초콜릿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연매출은 600억원가량이다. 롯데 관계자는 “가나 초콜릿은 껌과 함께 초기 성장을 이끈 핵심 제품”이라며 “신 회장이 코코아 조달 상황을 직접 챙기는 것도 가나 초콜릿이 롯데 식품 사업에서 갖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룹의 다른 핵심 축인 화학, 유통 부문이 경기 불황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K푸드 열풍을 등에 업은 식품 부문에 힘을 실어 주려는 의지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웰푸드는 2022년 7월 롯데푸드와 합병해 덩치를 두 배 가까이(2021년 매출 2조1454억원→2023년 4조664억원)로 키웠다. 올해 증권사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 4조1466억원, 영업이익 2308억원이다. 작년보다 매출은 2%, 영업이익은 30.4% 늘어난 규모다. 제조 원가를 낮추고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유지류 등 원료를 수입·유통하는 롯데상사와의 합병도 추진 중이다. 롯데칠성음료도 해외 사업 호조로 올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이 지난달 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원(one) 롯데 식품사 전략 회의’를 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회의에서 “롯데웰푸드 빼빼로의 국내외 연매출을 현재 약 2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늘려 보자”고 주문했다. 빼빼로의 글로벌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일본 롯데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공장에서도 빼빼로를 생산하는 등 한·일 롯데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롯데가 공동으로 소싱 및 마케팅 활동을 펼쳐 신규 해외 시장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