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1일 해군 청해부대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 전원을 구출하고, 해적 13명을 사살 및 생포했다. ‘아덴만 여명작전’은 우리 군이 군사작전을 통해 국민을 구출한 첫 사례이자, 세계적으로도 피랍된 상선을 군사적으로 구출한 다섯 번째 사례다. 4시간58분간 숨 가쁘게 펼친 구출 작전 끝에 임무 완료를 알리는 선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현 시간부로 대한민국 해군이 장악했습니다. 안심하고 갑판으로 나와 주십시오.”
2021년 8월 미라클 작전은 우리 군이 분쟁지역에서 외국인 조력자들을 구출해낸 첫 사례다. 한국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73가구 391명을 카불 공항에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수송한 뒤 다시 한국으로 데려오는 대규모 작전이었다. 현지 조력자들을 이끌고 카불 공항으로 가던 중 탈레반에 제지당해 버스 안에서 15시간이나 갇히는 등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때 협력자들을 싣고 온 항공기가 해외 교민구출 작전 때마다 맹활약한 공군의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 수송기다.
지난해에는 분쟁지역에서 우리 교민을 구출하면서 일본인들을 함께 구해내 화제가 됐다. 4월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교민 28명을 대피시켰을 때 일본인들도 함께 철수시켰다.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고립된 교민 163명을 구출하면서 남는 수송기 좌석에 일본인 51명을 함께 태워 일본 정부가 크게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지난 주말 레바논에 체류하던 국민 96명이 KC-330 시그너스를 통해 서울공항에 무사히 내렸다. 이들은 베이루트에서 출발해 중동 지역에서만 10개 영공을 넘은 끝에 고국 땅을 밟았다. 수송기를 타는 순간까지도 인근에서 포탄이 떨어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겪은 이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다”고 했다. ‘사람을 살리는 전쟁’ 스토리를 다룬 걸작 영화 ‘덩케르크’의 한 장면. 수평선 위에 민간 구조 선단이 나타난 것을 망원경으로 보고 있던 제독에게 부하가 “뭐가 보입니까”라고 묻자 제독의 답은 “조국!”이었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