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복귀를 약속하는 의대생에 한해 휴학을 허용하기로 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한 지 8개월 만이다. 최근 서울대 의대가 처음으로 집단휴학을 승인한 여파가 다른 의대로 확산할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에도 복귀하지 않는 학생은 유급·제적 조치를 하겠다는 강경책도 함께 내놨다. 정부의 ‘조건부 휴학’ 승인에 대한 의대생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교육부 “집단 동맹휴학은 승인 안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기존 ‘동맹휴학 불허’라는 입장은 지키되 내년 복귀를 약속한 학생에 한해서는 휴학을 허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적으로 진행된 집단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므로 앞으로도 허가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한다”며 “미복귀 학생은 휴학 사유를 철저히 확인하고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동맹휴학이 아닌 휴학을 승인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복귀 의대생들은 휴학 서류에 ‘동맹휴학’이 아닌 다른 사유를 쓰고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한다’고 명기하면 휴학을 승인받을 수 있다.
각 학교는 내년도 복귀하는 의대생의 학사 적응과 역량 강화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별 증원 및 복학 인원, 여건을 고려해 교육 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수강 신청과 분반 우선권은 2025학년도 신입생에게 부여된다.
교육부는 각 학교가 설정한 시한 내에 돌아온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진급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학사를 운영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런 일련의 대책에도 복귀하지 않는 의대생은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해 유급·제적 조치한다. ○의대 과정 ‘6년→5년’ 검토 논란의대생 동맹휴학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우선 대학이 휴학과 복학 인원을 관리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학칙을 개정한다. 연속으로 두 학기를 초과해 휴학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개인의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총장의 허가를 받아 휴학 연장이 가능하게 하는 등 보완 규정을 마련한다. 의료 인력 양성 공백을 줄이기 위해 교육과정을 단축·탄력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예컨대 6년(예과 2년, 본과 4년)인 교육 과정을 5년으로 줄여 올해 의정 갈등의 여파가 추후 배출될 의료 인력 규모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다. 정부는 현장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부터 이 같은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날 정부 발표에 의료계는 “학생 자유를 침해하는 근거 없는 조치”라며 “조건 없이 휴학을 승인하는 것이 맞다”고 반발했다. 김성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변인은 “비정상적 상황을 비정상적 방법으로 대처하려고 하니 점점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 불가능하니 휴학을 조건 없이 승인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 회유책에도 의대생들이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복수의 의대생은 “의대 증원 백지화 등 기존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4학년도 2학기 기준 전국 40개 의대 재적생 1만9374명 중 등교 중인 학생은 2.8%(548명)에 불과하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