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결국 국가 경쟁력에 직결됩니다. 대응이 미흡하면 선진국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최중석 서울지속가능경영연구원장은 최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클럽’ 9월 월례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 원장은 이날 ‘유럽연합(EU)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과 공시표준(ESRS)’을 주제로 강연하며 “한국 기업들도 엄격한 EU의 기준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2022년 CSRD를 채택했다. ESRS는 CSRD를 구현하기 위해 마련된 구체적인 보고 표준이다. 기존에 유럽에서 비재무 보고 지침(NFRD)을 적용받은 기업들은 올해부터 CSRD를 도입해야 한다. EU에서 1억5000만유로(약 2100억원) 넘는 순이익을 거두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2028년부터 적용받는다.
최 원장은 ESRS 기준을 적용할 때 ‘이중 중대성’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 중대성이란 기업의 지속가능성 이슈가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임팩트)과 재무적 성과에 주는 영향 등 두 가지 문제를 모두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ESRS 도입에 따른 중요한 변화로 가치사슬 전반의 ESG 관리 확대를 꼽았다. 최 원장은 “가치사슬 내 사업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임팩트와 위험까지 공시해야 한다”며 “공급망의 임팩트까지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사안인 만큼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ESG 경영이 기업의 재무 성과와 연결되는 현상도 논의됐다. 장기복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녹색 채권의 중요성에 관해 발표했다. 그는 “ESG에서 좋은 성과를 낸 기업들이 보다 쉽고 저렴하게 자본을 조달하는 ‘그리니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ESG가 기업의 자본 조달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녹색금융 활성화 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환경부는 녹색채권 발행 때 혜택을 주고 있다. 대기업이나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경우 0.2%, 중견기업은 0.4%의 금리만큼 지원한다. 장 연구원은 “환경부 정책은 기업들이 ESG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하는 장치”라고 말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