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살까 말까"…이론적 공개매수가 상단 '125만원'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4-10-06 13:29
이 기사는 10월 06일 13:2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그러니까 고려아연 주식을 사? 말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싸움의 본질을 향한 관심은 잦아들었다. 주가의 상승 여력이 얼마나 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고려아연 주가를 뒤흔들 변수는 공개매수가다.

고려아연이 보유 자금을 총동원하면 단순 계산으로 공개매수가를 125만원까지 인상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종가(77만6000원)보다 61.1% 높은 가격이다. 이 회사가 굴리는 최대 4조7700억원의 현금을 동원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4조7700억원은 내부자금과 조달한 차입금, 재무적 투자자(FI) 베인캐피털 현금을 묶은 금액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보유한 현금성자산과 조달한 차입금, 베인캐피털 자금(4560억원)을 합치면 4조77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말 기준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1조2161억원에 달했다. 별도기준 현금성자산(1629억원)과 단기금융회사 예치금(1530억원), 단기투자자산(9002억원) 등을 합친 금액이다.

여기에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차입금 3조1000억원을 조달했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캐피탈을 비롯한 메리츠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사모사채 1조원을 발행했다. 지난달 말에는 기업어음(CP)으로 4000억원을 조달했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에서 1조7000억원 규모로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차입금 약정한도 계약을 맺었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셈이다.

고려아연과 손잡고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베인캐피털도 4559억원까지 자금을 쓸 수 있다. 보유자금 859억원에,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조달한 차입금 3700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고려아연은 동원할 수 있는 실탄 4조7700억원 가운데 3조1000억원을 활용해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 회사는 이달 4일부터 23일까지 보통주 320만9009주(지분율 15.5%)까지 공개매수한다. 베인캐피털도 공동으로 진행한다. 베인캐피털은 고려아연 자사주 51만7582주(2.5%)까지 4295억원에 취득할 계획이다. 주당 공개매수가는 83만원이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공개매수가를 더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들과 맞서는 영풍·MBK파트너스가 지난 4일 공개매수가를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동원할 수 있는 4조7700억원을 모두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공개매수가는 125만원까지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털이 최대로 매입하는 주식수(372만6591주)와 고려아연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바탕으로 역산한 공개매수가격(4조7700억원÷372만6591주)은 128만1900원 수준이다. 여기에서 수수료 등을 떼면 공개매수가격은 125만원에 형성된다.

하지만 공개매수가를 이만큼 올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당한 설비투자와 운영자금을 쓰는 이 회사의 곳간 사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개매수가 경쟁이 계속 달아오를지도 미지수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고려아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