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불꽃축제'에 100만명의 인파가 환호한 가운데 이른바 '불꽃 축제 명당'으로 꼽히는 여의도 인근 아파트의 주민들은 민폐 관람객 때문에 '뒷목'을 잡았다.
지난 5일 저녁 '서울세계불꽃축제 2024'가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100만여명의 관람객이 한강 일대에서 축제를 즐겼다. 일부 관람객은 불꽃 축제를 좀 더 좋은 자리에서 보기 위해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아파트 복도에 자리를 잡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의도 주민인 A 씨는 "여의도 남의 아파트에 무단 침입해서 남의 집 앞 복도에서 와인잔 들고 불꽃축제 구경하더라. 언빌리버블"이라며 한 카페에 글을 게재했다.
그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니 밖에 뭐가 걸려서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현관문 바깥쪽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있더라"라고 설명했다.
관람객에게 "여기 우리 집 앞인데 여기 계시면 안 되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의자는 안 놓고 앞에서 그냥 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해당 관람객은 불꽃 축제가 잘 보이지 않는 다른 동 주민이었다고. A 씨는 "너무 당당해서 당황스럽기 그지없더라"라며 "우리 집 문 앞을 막고 보는 것까지 양해를 해줘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주민은 "딱 봐도 주민 아닌 커플이 당당히 와서 불꽃축제를 보더라. 개념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내려가라'고 엄하게 해서 보냈지만 다른 층 가서 보고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온종일 시끄러워서 정말 민폐"라며 "관람객에게 호의로 보게 해주는 여의도 주민들이 계신다면 안될 것 같다. 요즘 친구들은 호의를 권리로 안다. 이런 경험담(?)이 빠르게 인터넷으로 퍼지면 다음 해엔 더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우리 동네도 공지가 떴더라. 불꽃축제 보려는 외부인 차량 때문에 입주만 주차 못 한다고", "정말 궁상맞다", "와인잔 들고 분위기 내고 싶으면 돈을 써서 불꽃 잘 보이는 호텔에 가면 되는 것 아니냐", "사유지 무단침입 아니냐. 경찰 불러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