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융권의 대출 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몇 달 새 아파트값이 뛰자 차익을 기대한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는 자금 부족으로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현금 부자’가 몰리는 강남·서초·송파구 위주로만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
6일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마포구는 최근 한 달 동안 아파트 매물이 2929건에서 3132건으로 6.9% 증가했다.
2022년 입주한 아현동 마포더클래시는 한 달 만에 매물이 64건에서 97건으로 51% 늘었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2년)을 채운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만 해도 전용면적 59㎡가 16억25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로 거래가 뚝 끊어졌다. 한 공인중개사는 “한두 달 전까지는 매물이 나와도 바로 소화되는 편이었고 오히려 호가를 계속 높이는 분위기였다”며 “최근 들어선 자금 여력이 부족해진 매수자와 집주인의 눈높이가 맞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사는 “내년 초까지 기다려보자는 자세로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는 집주인도 나타난다”고 했다.
인근 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도 매물이 같은 기간 132건에서 158건으로 19.6% 증가했다. 성산시영은 32건에서 55건으로 늘었다. 6, 7월엔 매월 15~20건씩 거래되다가 8월 계약이 4건으로 급감했다. 지난달은 아직 한 건밖에 신고되지 않았다.
서대문구(6%) 동작구(4.4%) 은평구(5.4%) 등에서도 매물이 쌓인다. 동작구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는 33건에서 40건으로 늘었다. 전용 59㎡가 8월 9억6000만원에 팔리면서 연초(8억원) 이후 상승세를 이어왔다.
은평구 힐스테이트녹번은 32건에서 42건으로, 북한산 래미안은 38건에서 58건으로 불어나며 호가가 조정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달 드물게 신고가를 찍은 단지가 생기자 집주인이 그 가격대에 맞춰 매물을 내놨다가 다시 조정되고 있다”며 “최근 금리와 1주택자 전세대출 중단을 고려하면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매수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매물이 7701건으로 5% 감소했다. 일원동(8.6%)과 세곡동(4.9%) 등에선 매물이 증가했지만 대치동(-12.5%) 개포동(-7.1%) 압구정동(-14%) 등에선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개포동에선 우성3차(-25%) 개포주공6단지(-23.9%) 개포주공5단지(-23.4%) 등 재건축이 이뤄지고 있는 단지의 매물이 급감했다. 서초구와 송파구도 매물이 각각 3.3%, 3.6% 줄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