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은 10월부터 11월 초까지는 독감 백신 접종을 완료하기를 권장합니다. 그러나 바쁜 일상 중 잠깐 시간을 내서 병원에 방문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습니다. 주사 맞는 걸 거북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이들에게 최근 희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코에 뿌리기만 해도 독감 예방 효과가 있는 백신이 나온 것이죠.
아스트라제네카의 가정용 비강 스프레이 인플루엔자 백신 ‘플루미스트’(사진)는 지난달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콧구멍을 통해 약물을 분사하는 방식의 백신입니다. 좌우 비강에 각각 0.2mL를 한 번만 뿌려주면 됩니다. 효과 지속 기간은 6~12개월 정도로, 비용도 일반 백신주사와 비슷합니다.
간편한 접종 방법에 효과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강백신이 인플루엔자 감염을 막는 데는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독감과 같은 호흡기 질환은 주로 코 점막(비강)이나 상기도를 통해 감염됩니다. 코에 뿌리는 백신은 점막을 통해 약물이 흡수되는데, 이 과정에서 비강과 상기도 내에 면역세포를 활성화합니다. 비강면역반응을 일으켜 오히려 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맞는 주사 형태의 백신은 전신면역반응을 유도해 폐 감염 등에는 더 유리합니다. 의료 전문가들이 두 가지를 모두 투여하는 게 이상적인 백신 접종 방법이라고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플루미스트는 2003년 허가된 약물입니다. 그러나 의료기관용으로만 승인됐습니다. 임상시험을 통해 자가 투여와 의료진 투여가 효능이나 부작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에 자가 투여가 가능해진 겁니다.
투여 가능한 나이대는 2~49세입니다. 49세 이하 성인은 직접 투여하고, 18세 미만 미성년자는 부모나 보호자가 대신 코에 뿌려주면 됩니다. 주사를 무서워해 백신 접종을 꺼리는 어린이도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8세 이하 어린이는 사용 전 의료진과의 상의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는 내년부터 플루미스트의 자가 투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집으로 직접 플루미스트를 배송받을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병원에서만 플루미스트를 접종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허용된 자가용 플루미스트는 국내 출시가 미지수입니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진이 아닌 사람이 백신을 자가 투여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서죠. 또한 처방전 없는 약 배송도 불법입니다. 집에서 백신을 편리하게 맞는 시대가 오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