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이번주(7~11일) 코스피지수가 2600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와 엔 캐리 트레이드(저리의 엔화를 빌려 고가치 자산에 투자) 청산 우려 등 증시를 짓눌렀던 악재들이 점차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뒷받침됐다.
다만 본격적인 '어닝 시즌'(기업 실적 발표 시기)에 접어든 가운데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이 불확실한 점은 증시 상승을 제한하는 변수로 지목된다. 당분간 개별 종목 중심의 순환매가 이뤄질 전망인 가운데 금리 인하의 수혜가 예상되는 성장주와 배당주 중심의 투자 접근이 유효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6일 이번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2500~2640선으로 제시했다. 이 증권사 김영환 연구원은 "미국 경기 침체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완화되고, 중국의 경기 부양 기대감은 커졌다"면서도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측면이 있어 미국 증시보다 상승 폭이 다소 아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오는 8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대장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최근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월 이내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를 발표한 증권사 24곳이 제시한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0조7717억원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추정치를 발표한 증권사 3곳의 평균 영업이익 전망치는 10조1193억원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김 연구원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제외한 D램 수요와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당초 기대보다 (삼성전자 실적이) 실망스러울 수 있다"며 "삼성전자 이외에도 코스피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에 대해 다소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는데, 올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눈높이가 높아졌고,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들의 마진 축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한층 고조된 점도 우려를 키운다. 이스라엘의 피해는 경미한 수준이지만,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재보복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란도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더 강력한 보복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다만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동 불안은 이란의 공습 소식에 공포심리가 극대화됐지만, 올 4월과 유사한 패턴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이슈가 미치는 추세적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증시 상승을 이끌만한 모멘텀(동력)이 부재한 만큼 개별 종목 장세가 연출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 속 미래에셋증권은 △조선 △방산 △헬스케어 △인터넷·게임 업종의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했다.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중국 경기 부양책 관련 업종들의 순환매도 빈번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증권사 유명간 연구원은 "지수 상승을 이끌만한 펀더멘탈(기초체력) 개선이나 모멘텀이 부재하다"며 "지수보다 업종, 그보다는 종목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으로 금리 인하기가 본격 도래한 만큼, 이에 따른 수혜주에 집중하는 투자 전략도 권고된다 김영환 연구원은 "현재 주식시장에서 가장 확실해 보이는 변수는 미국의 금리 인하"라며 "금리 하락에 따른 직접적 수혜가 예상되는 성장주와 배당주 중심의 접근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