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대신 '틀니' 사용하는데…전문가 경고에 '충격' [건강!톡]

입력 2024-10-06 20:17
수정 2024-10-06 20:22

"껌은 안 씹은 지 20년 됐습니다. 혹시 모르니까요. 아무리 오래 사용해도 늘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죠."

40대에 처음 부분 틀니를 사용하기 시작하다가 최근 임플란트와 임플란트형 틀니로 보철치료를 마쳤다는 김모 씨(68)는 이같이 말하며 "틀니 관리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매일 밤 세정제를 이용해 관리해야만 틀니를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우리나라는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국내 틀니(의치) 사용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대한치과보철학회가 추산한 틀니 사용 인구는 640만명이다. 노인 2명 중 1명은 틀니·임플란트 치료를 받았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있는 만큼 이들 중 대부분은 노인이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올바른 틀니 관리법을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틀니는 잇몸에 끼워 넣는 보철물로, 치아의 역할을 대신하는 인공 치아다. 잇몸에 티타늄 나사를 심고 인공 치아를 식립하는 방식의 임플란트도 대중화됐으나 치아 1개당 100만원가량 드는 비용과 구강 건강 상태 등의 문제로 임플란트 치료를 할 수 없는 이에겐 틀니가 현재로서 최선의 방법으로 꼽힌다.

가장 안정적인 방법으로 여겨지는 보철물이지만, 틀니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전신 질환까지 겪을 수 있다. 지난해 6월 '의학 미생물학 저널'에 게재된 영국 웨일즈 카디프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폐렴을 앓고 있는 환자의 틀니에서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의 수가 폐렴이 없는 이들에 비해 20배 더 많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틀니 등 의치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으면 폐렴 등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표면을 제공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2019년 일본 도호쿠대 연구팀의 조사에서도 틀니를 한 75세 이상의 고령자가 틀니를 매일 세척하지 않으면 관리하는 사람에 비해 폐렴 발병 확률이 1.5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틀니세정제의 올바른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발표했다. 틀니는 식사가 끝난 후에 반드시 물로 세척하고, 매일 1회씩 세정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골자다.

틀니세정제는 보철물에 침착된 얼룩 플라그 및 세균 등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다. 액체형, 정제형, 젤형 등 제품 형태가 다양해 각 제품의 설명서를 숙지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쓰이는 정제형의 경우 컵에 물을 담고 발포형 정제를 넣은 뒤 틀니를 담가두는 식으로 사용한다.

특히 식약처는 틀니 세척 과정에서 "틀니를 착용한 채로 세정제를 입안에 직접 사용하거나, 입안을 헹구는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세정제에는 과황산화합물 등이 포함돼있는데, 이 성분이 구강에 직접적으로 닿게 되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발진, 입술 부어오름, 구강 피부 손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틀니를 일반 치약으로 닦는 것은 괜찮을까. 배정윤 가천대 길병원 치과 교수는 "일반 치약에는 연마제가 들어있어, 틀니에 미세한 흠집을 낸다"며 "이 경우 오히려 흠집 사이로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쉬워진다"며 틀니 세정용으로 치약은 부적합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틀니는 식사 후 부드러운 의치용 솔을 이용해 문질러 세척하는 것이 가장 좋고, 흐르는 물에 세척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소독한다고 뜨거운 물을 이용하면 변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틀니를 24시간 착용하고 생활하는 환자도 간혹 있는데 수면 시간에는 반드시 틀니를 빼야 잇몸의 휴식이 가능하다"며 "틀니를 끼면 잇몸뼈가 필연적으로 변형되기에 주기적으로 구내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