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신인 배우로 이곳에 왔었는데, 이제는 심사위원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네요"(중국 배우 주동우)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2010)로 부산영화제를 찾았던 중국 배우 주동우가 이번에는 심사위원으로 부산을 찾았다. 4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참여한 주동우는 "배우로서의 성장을 지켜봐 준 부산영화제에서 심사를 맡게 돼 소외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장이머우 감독의 산사나무 아래는 주동우의 영화 데뷔작이다.
뉴 커런츠 부문은 아시아 영화계의 신예 감독들의 장편 데뷔작 혹은 두번째 장편을 선보이는 부산영화제의 대표 경쟁 부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배우 주동우를 비롯해 심사위원장을 맡은 모하메드 라술로프 감독,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의 이명세 감독과 인도의 배우 카니 쿠스루티, 바냐 칼루제르치치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뉴 커런츠 심사를 맡은 5명이 자리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모하메드 라술로프는 "신인 감독들의 새로운 시각을 보고, 영화라는 것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하는 결과물인 만큼 어떻게 그룹으로 작업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심사 기준을 밝혔다.
라술로프 감독은 이란이 배출한 세계적인 영화 거장이다. 그가 연출한 '사탄은 없다'(2020)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란에서는 정부의 검열로 모두 상영 금지 처분을 받은 상황이다. 그는 현재 독일로 이주해 활동 중이다. 신작 '신성한 나무의 씨앗'(2024)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그는 "영화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상황이 쉽지 않지만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일한 한국인 심사위원인 이명세 감독은 "한국 영화가 위기라고 하는데 그럴수록 더욱 영화같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영화가 가장 영화다운 영화"라고 덧붙였다.
바냐 칼루제르치치 집행위원장은 “부산은 아시아 영화의 중심지인 동시에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 영화를 알 수 있어 좋다"며 "로테르담 영화제와 마찬가지로 스토리텔링, 앵글, 비전, 토픽 등 우리에게 새로움과 감독, 시네마 필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산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는 10개 작품이 후보작으로 올랐다. 한국 영화로는 최종룡 감독의 '수연의 선율'과 박이웅 감독의 '아침바다 갈매기는' 등 두 편이다. '수연의 선율'은 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13살 아이의 생존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다.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젊은 어부의 실종 사건과 이 사건과 연루된 늙은 선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해외 선정작에는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가 지원해 온 작품들이 포함됐다. 올해 아시아영화펀드 후반작업 지원작인 찰스 후 감독의 ‘동쪽으로 흐르는 강’을 비롯해 2020년 아시아프로젝트마켓 선정작인 엘자트 에스켄디르 감독의 ‘아벨’이 선장됐다. 이외에도 막 엄마가 된 한 여성의 고군분투를 다룬 ‘현대 모성에 관한 몽타주’와 폭력 전과를 가진 인물이 새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 등도 관객을 기다린다.
이들 10편의 작품 가운데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2개 작품은 뉴 커런츠상을 받는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