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셔널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중심으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미국,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 다양한 시장으로 확대하겠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8월 28일 열린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밝힌 내용이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이 2020년 미국 앱티브와 함께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 법인이다. 모셔널은 지난해 말 미국에서 우버, 리프트와 함께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무인 로보택시 사업을 개시한 바 있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현대차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를 포함한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모셔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4일 현대차 IR에 따르면 아이오닉5 로보택시는 올해 1~8월 글로벌 누적 46대가 판매됐다. 아이오닉5 로보택시는 현대차의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 중 30대가 미국에서 판매됐다. 아이오닉5 로보택시는 미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 인증을 받은 첫 미국자동차기술자협회(SAE) 레벨4 자율주행 차량으로, 대부분 도로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시스템이 주행을 제어할 수 있는 단계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아이오닉5 로보택시 상용화를 계획한 바 있다.
아이오닉5 로보택시는 자율주행차량이기 때문에 수많은 테스트를 거쳤다.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로 이뤄진 30여개의 자율주행 센서가 다양한 주행환경에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대차는 "모셔널이 시행하는 테스트 절차는 무척 엄격하다"라며 "모든 차량이 폐쇄된 코스와 실제 도로에서 예측 불가능한 고난도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수천번의 테스트를 거친다. 다양한 주행환경, 기상 상황, 행동 등에 노출되기 때문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에는 시각장애인을 홀로 태우고 자율주행을 '완주'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아이오닉5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미국 네바다주 주행 시험관을 조수석에 태운 채 미국 운전면허 취득 과정이 담겼다. 영상에서 아이오닉5 로보택시는 모든 평가 항목을 통과해 단번에 면허를 취득한다. 영상 속 면허 시험관은 "지난 25년간 시험 감독을 맡은 3만1500명 가운데 약 16%만 통과했다"고 소개했다. 영상에 나온 시각장애인 펄 아웃트로는 "혼자 여기까지 오게 됐고, 집에 가는 길에 누가 태워주지 않아도 돼서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여기에 현대차는 최근 구글의 자율주행기업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6세대 완전자율주행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현대차 아이오닉5에 적용하기로 했다. 당초 웨이모의 6세대 자율 주행 시스템을 탑재할 차량이 중국의 '지커' 였으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 탓에 아이오닉5로 대체하게 됐다고 알려졌다.
웨이모에 공급되는 아이오닉5는 미국 조지아에 있는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생산될 계획이다. 내년 말부터 초기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한 뒤, 수년 내에 웨이모 서비스 사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아이오닉5는 도로 안전 개선을 위한 웨이모의 혁신적 기술 구현에 있어 이상적인 차량"이라며 "웨이모 원 서비스의 확장에 맞춰 새로운 제조 시설인 HMGMA에서 적기에 상당 수의 차량을 생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양사는 이번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추가적인 협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차가 진행하겠다고 밝힌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 업체에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을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송창현 현대차그룹 AVP본부장(사장)은 "현대차는 최근 자율주행 차량 판매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들에게 SAE 기준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이 가능한 차량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같은 사업의 첫 시작에 있어 업계 리더인 웨이모는 최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