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경쟁 '숨은 승부처' 영풍정밀 놓고…막판 '수 싸움' 치열

입력 2024-10-03 18:03
수정 2024-10-04 02:07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에 맞서 공개매수가를 상향한다. MBK 연합과 최 회장 측의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는 주당 3만원으로 같지만 매수 목표량은 MBK 연합이 더 많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숨은 ‘키포인트’로 꼽힌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 연합은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주당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5000원(25%) 상향 조정한다. 공개매수 조건 변경으로 4일 끝날 예정이던 MBK 연합의 영풍정밀 공개매수 기간은 오는 14일까지로 연장된다.

MBK 연합이 공개매수가를 높이는 것은 최 회장 측 대항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 회장 측은 최 회장과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3분의 1씩 지분을 나눠 가진 법인 제리코파트너스를 통해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영풍정밀 지분 최대 25%를 주당 3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발표했다.

양측의 공개매수가는 3만원으로 같지만 매수 수량은 MBK 연합이 43.43%로 더 많다. 주주들은 공개매수가가 같으면 수량이 더 많은 쪽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 회장 측이 영풍정밀을 지키려면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거나 수량을 늘려야 한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최 회장 측 지분율이 더 높지만, MBK 연합이 영풍정밀 경영권을 가져가면 최 회장은 고려아연 의결권을 3.7% 넘겨주는 셈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양측 모두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달 13일 MBK 연합은 전 거래일 종가(9370원)보다 113.4% 높은 2만원을 첫 공개매수가로 제시했다. 공개매수 소식에 주가가 오르자 같은 달 26일엔 2만5000원으로 공개매수가를 올렸다. 이번에 최 회장 측 대항 공개매수에 맞서기 위해 3만원이라는 금액을 세 번째 공개매수가로 내놨다.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와 달리 MBK 연합이 추진하는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최소 매수 예정 수량이 없다. 사실상 유통 주식을 모두 사는 공개매수다. 주주는 공개매수 실패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영풍정밀은 2일 0.59% 오른 2만5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종관/하지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