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운명, 4일 민주당 의총서 거수로 결정

입력 2024-10-03 17:46
수정 2024-10-04 01:42
더불어민주당이 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다. ‘시행’ ‘유예’ ‘폐지’ 등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거수로 의원들의 의견을 물은 뒤 당 지도부가 당론을 최종 결정한다.

표결에서 유예론에 힘이 실릴 경우 당 지도부가 ‘2년 유예’나 ‘3년 유예’ 같은 구체적 사항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4일 열릴 민주당 의총에서 금투세와 관련해 의원들이 폐지나 시행 또는 유예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을 밝힌 뒤 간단한 투표를 통해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향은 의총에서 정하되 구체적인 안은 당 지도부가 결정하도록 이임하는 방안을 의원들이 생각하고 있다”며 “예컨대 유예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면 몇 년을 유예할지 지도부가 결정하는 방식이 될 확률이 가장 높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4일 오전 10시30분 의총을 소집했다. 오후 2시에 열리는 본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준비 의총이 통상 본회의 개의 30분 전에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금투세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의총 시간을 앞당겼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시작일인 오는 7일 전까지는 당론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더 이상의 논란을 막기 위해 의총 직후 당 지도부가 당론을 확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열린 금투세 공개토론회 이후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은 유예 또는 폐지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시행팀’ 대표를 맡았던 김영환 의원이 “(금투세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인버스 투자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발언해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산 것이 시행 주장의 입지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 이후인 지난달 2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지금은 금투세를 하면 안 돼’ 이런 정서가 있다”며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유예론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토론회 전에 의견을 밝히면 토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토론회 이후 의견을 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이 금투세 폐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론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도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지금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세금 얘기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상법 개정을 비롯해 시장 선진화나 활성화 방안부터 먼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아 의총 과정에서 반박이 예상된다. 당 지도부가 금투세 시행 유예를 결정하더라도 사실상 폐지와 같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투세 ‘보완 후 시행’을 주장해 온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금투세 도입을 미루자는 건 폐지하자는 것과 같은 말”이라며 “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미룬 뒤 다시 도입하자는 말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2년이나 3년 유예가 결정되더라도 지방선거(2026년)와 대선(2027년) 등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여론의 반발로 사실상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