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돈 저리 치워라"…이 지폐로 축의금 냈다간 '낭패'

입력 2024-10-03 17:26
수정 2024-10-03 19:33

최근 일본에서는 불륜 논란이 있던 인물이 담긴 새로운 1만 엔 지폐는 결혼식 축의금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3일 야후재팬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7월 발행된 일본 1만엔 신권의 주인공 '근대 일본 경제의 아버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과거 불륜사실이 재조명되면서 이 지폐를 결혼 축의금으로 쓰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부사와는 본처와 불륜녀를 한집에 동거시키며 불륜을 저질렀고 집안에서 일하던 여종에게도 손을 댄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 1만엔권이 상대방의 외도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새로운 1만 엔 지폐는 축의금에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불륜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결혼식 축의금에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옛 지폐를 사용하는 것이 예절이다"라는 글이 퍼지고 있다.

이날 야후재팬에 보도된 결혼식장을 찾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조사에 따르면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새 지폐를 축의금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약 3할의 사람들이 예절 위반이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축의금 매너'가 확산하자 후카야시의 코지마 스스무 시장은 "매우 유감스럽다. 에이이치가 여성을 좋아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지만 그런 이야기가 독자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힘들다"며 당혹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코지마 시장은 "시부사와 씨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사람'이다.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상담을 해결책으로 만들어 갔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에이이치 씨가 해온 일들을 조사하고 공부해 주신다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남성 우월주의가 당연시되던 시대에 해외에서 여성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느껴 일본여자대학 설립에 기여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일본 브라이덜 업계에서는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지폐는 결혼식 축의금에 부적절하다'는 예절뿐만 아니라 사회의 관습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가이 사쿠라 토키하나 홍보 담당은 "요즘 결혼식의 문제점은 규칙이 애매하다는 것"이라며 "이질감을 느끼는 것들은 선택적으로 걸러내고, 자신들만의 결혼식을 만들기 위해 주최 측과 업계 측 모두가 의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