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막힌 인뱅 3사, 中企 대출서 돌파구 찾는다

입력 2024-10-03 17:01
수정 2024-10-04 01:10
그동안 가계대출을 빠르게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해온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가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장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인해 개인에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낮은 금리에 공급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을 빠르게 늘리면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최근 중소기업 대상 대출 확대 전략을 짰다. 향후 3년간 450억원을 투입해 중소기업 대출 심사 모형 고도화, 중소기업 고객용 모바일 앱 개발, 관련 인력 충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

케이뱅크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새로운 매출 성장 동력으로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상 대출을 확대해 이자수익을 증대하는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자산 기준 1위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중소기업 중에서도 개인사업자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1조원 규모인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 잔액을 올해 말까지 2조원으로 늘린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뱅크는 건당 신용대출 한도가 1억원을 초과하는 새로운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을 개발 중이다.

아직 주담대를 출시하지 못한 토스뱅크는 이미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2021년 10월 출범한 토스뱅크의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조6345억원으로,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1조416억원)와 카카오뱅크(1조4070억원)보다 많다. 토스뱅크는 주담대를 개발하는 등 가계대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인터넷은행 3사가 모두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나선 이유는 법률에 따라 대기업 대상 대출이 금지된 가운데 올해는 가계대출 억제 정책까지 강화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이내로 관리한다는 방침에 따라 개별 은행들의 여신 성장을 제한하고 있다.

향후 제4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면 중소기업 대상 대출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소호은행(KCD뱅크), U뱅크, 더존뱅크, 소소뱅크 등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 중인 컨소시엄 모두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포용금융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 대출 확대 전략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담보물이 확실한 주담대와 달리 중소기업 대출은 부실화되면 은행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량한 중소기업을 선별하는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