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한미 군사동맹이 '핵'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2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이날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한미 군사동맹이 한국 정부가 광고하는 것처럼 핵 수준으로 성장한 시점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외교부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의 북한 비핵화 관련 발언을 두고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것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27일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핵우산에 맞서 북한과 함께 할 것“이라며 ”지역 안보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북한에 적용되는 ‘비핵화’라는 용어 자체가 이미 의미를 잃었고, 종결된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창설 주도국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이날 성명에서 한국이 러시아를 겨냥한 성명을 발표한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핵을 포함한 전례 없는 군사 준비 강화를 정당화하려는 분명한 시도가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며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한국이 러시아에 요구한 것은 외교적 소통을 넘어선다”고 날을 세웠다. 또 "한국의 현 정부는 자국 국익은 무시하면서 다른 나라 정책을 무분별하게 추종하는 현재의 무책임한 노선이 얼마나 위험한지 냉철하게 판단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색된 한러관계는 지난 6월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동맹에 준하는 '북러 신조약'을 맺은 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강경 발언들이 양국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에도 양국은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대러 수출 제한 조치를 확대한 데 대해 러시아는 “양자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우리 정부는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북러 밀착의 책임을 한미일에 돌리고 있다.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는 “한미일의 ‘핵 게임’이 북러 신조약이 맺어지기 훨씬 전에 시작됐다”며 “따라서 북러 협력이 누군가를 위협한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3국 공조는 '나토'와 유사한 기능을 부여하고 있고, 이는 동북아시아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는 도발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