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규제와 급등 피로감에 서울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재건축 호재가 있는 양천구 목동에선 신고가가 쏟아지고 있다. 현지에 있는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8·8 대책에 힘입어 재건축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30일) 기준 서울 집값은 0.1% 올라 전주(0.12%)보다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서울 집값은 지난 8월 둘째 주(12일) 0.32% 올라 주간 단위로 가장 큰 폭으로 뛴 이후 점차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셋째 주(16일)부터는 0.1%대 상승률로 진입했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둔화한 가운데 양천구 목동에서는 신고가가 잇달아 터지는 등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목동에 있는 '목동신시가지2' 전용면적 97㎡는 지난달 29일 23억3000만원에 손바뀜해 신고가를 썼다. 직전 거래는 같은 달 13일에 있었던 23억원으로 불과 보름 만에 3000만원이 더 뛰었다. 이 면적대는 지난 5월 만해도 20억2000만원에 팔렸던 곳이다.
이 단지 전용 144㎡는 지난달 26일 29억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8월(26억5000만원) 이후 1년여 만의 첫 거래다. 1년 새 2억5000만원이 뛰었다.
같은 동 '목동신시가지4' 전용 67㎡는 지난달 18억8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어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면적대 역시 지난해 7월 15억원에 거래된 이후 첫 거래로 1년 2개월 만에 3억8000만원 뛰었다.
'목동신시가지5' 전용 65㎡도 지난달 19일 19억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연초 16억5000만원(2월)에도 팔렸던 면적대지만 8개월 만에 2억원 넘게 상승했다. '목동신시가지7' 전용 74㎡ 역시 21억2000만원에 손바뀜해 지난 4얼 20억3000만원보다 9000만원 올랐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는 양천구 목동과 신정동 일대 조성된 대규모 주거 단지로 현재 2만6500여가구 규모다. 현재 입주 35~40년차에 접어들었다. 재건축이 모두 마무리 되면 이 일대는 전체 5만3000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목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몇 안 남은 재건축 사업성이 좋은 곳이 목동이었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 덕에 사업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며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는 가운데 거래가 성사되면서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신축을 중심으로도 신고가는 이어지고 있다. 신정동에 있는 '래미안목동아델리체' 전용 115㎡는 지난달 19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 18억7500만원(8월)보다 1억5000만원 올랐다. 인근에 있는 '목동힐스테이트' 전용 59㎡도 지난달 14억3000만원에 손바뀜해 지난 5월 기록한 11억8800만원보다 2억원 넘게 상승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주요 단지의 호가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대출 규제와 단기 급등 피로감이 쌓이면서 매수 심리는 위축됐다"며 "집주인과 실수요자 사이의 가격 눈높이가 다른 상황이 이어지면서 거래량이 줄어들고 상승 폭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전셋값도 집값과 마찬가지로 상승세가 둔화했다. 이번 주 서울 전셋값은 0.1% 올라 전주(0.1%)와 동일했다.
성동구(0.18%)는 금호동과 행당동 대단지 위주로, 중구(0.17%)는 신당동과 홍인동 주요 단지 전셋값이 상승했다. 영등포구(0.15%)는 신길동과 영등포동 구축 위주로, 성북구(0.13%)는 길음동과 정릉동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서대문구(0.13%)는 남가좌동과 북가좌동 역세권 위주로, 양천구(0.11%)는 목동과 신월동 중소형 규모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일부 단지에서 전셋값의 상승과 하락이 혼재되고 있으나 선호도가 높은 역세군이나 대단지를 중심으로 세입자들의 수요는 꾸준하다"며 "이에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서울 전반적으로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