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지방소멸 해법은 결국 외국인? 5가지 딜레마[외국인 300만 시대②]

입력 2024-10-08 09:00
수정 2024-10-08 19:36
[외국인 300만 시대] 대한민국은 외국인 체류자 30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저임금·저숙련 일자리에 분포된 외국인 근로자의 업무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들의 사회적 역할은 간단하지 않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일자리 공백을 메꾸고 조선업, 제조업 등 뿌리산업을 지탱하는 한 축이 됐다. “그냥 쉬었다”는 74만 명의 2030세대를 대신해 중소기업과 건설현장에서 뛰기도 한다. 외국인은 빠른 속도로 한국 사회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들을 향한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근본적인 질문도 존재한다. “한국인 청년 실업자가 이렇게 많은데 왜 외국인이 필요한지”, “이들이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보다 사회적 비용이 크진 않을지”, “불법 체류자가 한국 사회 치안과 생활 수준을 해치진 않을지” 여전히 고민과 논란이 많다. 한경비즈니스가 이들에 대한 5가지 질문을 정리했다.
질문 3. 경제적 효과 vs 사회적 비용외국인 근로자나 이민자의 유입으로 인해 경제적 효과가 더 큰지, 사회적 비용이 더 큰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이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국가와 기업에서 들이는 비용과 보험, 실업수당 등 사회안전망을 활용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400억원에 달했던 외국인 세금 체납이나 불법체류자를 관리할 인력이나 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뜨거운 논란은 ‘건보먹튀’다. 외국인들이 내는 보험료보다 혜택이 더 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외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가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물론 외국인 근로자 전반이 아니라 특수한 국가에 한정된 문제이긴 하다.

현재 한국에서 건강보험 가입자가 가장 많은 상위 10개국 중 적자는 오직 중국 국적 외국인에게만 나타나는 문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가입자 적자 규모는 640억원을 기록했다. 낸 보험료보다 받아간 보험료가 많으면 적자로 표현한다. 보험적자 규모가 1년 전 229억원에서 3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외국인의 ‘건보 무임승차’ 우려는 적다. 지난해 재외국민을 포함해 전체 외국인이 낸 건강보험료가 받아간 보험금보다 7400억원 더 많았다. 5년 연속 누적 흑자는 약 2조8000억원이었다.

세금 체납, 건보 먹튀 등 내국인이 받는 피해가 부각되지만 외국인 임금체불도 심각한 문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일한 외국인에게 고용주가 주지 않은 임금체불액은 지난 5년간 총 567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년 1200억원 규모의 임금체불 피해액이 발생한 것이다. 똑같은 100만원도 외노자들에게는 훨씬 크게 인식된다는 점에서 그 피해는 표현된 금액을 크게 웃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외국인 유입으로 인해 이들의 숙박비나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행정 자원 등 간접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장기적으로는 내국인의 고용 기회를 늘리고 경제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연구는 한국은행과 인천대 오태희·이장연 교수가 진행했다. 이들은 2015~2022년 지역 단위에서 외국인 근로자 유입으로 노동 공급이 1% 증가했을 때 해당 지역 내국인의 고용과 임금에 미친 영향을 추정했다. 그 결과 외국인 유입이 국내 전체 내국인의 단기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발견되지 않았고 오히려 장기적으로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의 내국인 대비 비중이 1% 증가하면 이는 내국인의 고용 기회를 평균 1.5%포인트 높였다. 적정한 비용의 노동력 투입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사업 확장 등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결과다.
다만 외국인 근로자가 저숙련·단순직을 중심으로 유입되는 만큼 비슷한 숙련 수준을 가진 국내 중장년층의 일자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외국인 유입이 사업 확장, 근로자 생산성 향상 등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년층은 외국인 근로자와의 대체 관계가 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해당 지역 내국인 전체의 임금에 미치는 효과는 유의미하지 않았다. 지역별 장기적 영향을 살펴보면 고성장 지역에서는 내국인 임금이 증가했으나 저성장 지역에서는 낮아지는 등 효과가 엇갈렸다. 고성장 지역 내국인은 외국인 근로자가 유입되면 조금 더 특화된 직무로 전환할 기회가 많아져 임금도 오른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종관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와 이민자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연구한 학자다. 그는 “연구 결과 지역 전체 인구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일자리가 1% 증가했을 때 한국인이 의사소통을 담당하거나 사무직 등 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직무가 0.39% 늘어나 한국인은 저숙련 일자리에서 고숙련 일자리로 이동하고 경제 생산성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외국인은 내국인을 ‘대체’하는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고령화 시대로 경제 위기에 직면한 한국에 외국인 도입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마이클 클레멘스 조지메이슨대 경제학부 교수가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게재한 보고서 제목은 ‘이주 아니면 정체: 한국의 고령화와 경제성장’이었다. 20년간 이주정책을 연구한 클레멘스 교수는 보고서에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고령화로 생산활동 인구의 부양 부담이 급증할 경우 앞으로 반세기 동안 한국의 1인당 실질 GDP 증가율은 연 0.85%포인트씩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외국 인력 도입 확대를 제안했다. 현재 국내 근로자 중 외국인은 3% 수준이다. 이를 앞으로 40년간 호주 또는 말레이시아와 비슷한 수준인 15% 안팎까지 끌어올리면 향후 30년간 고령화에 따른 경제성장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 이후 20여 년간 외국인 비중을 18% 수준까지 천천히 높이면 고령화 충격 대부분을 흡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질문 4. 최저임금 차등적용 가능할까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하냐”는 질문은 최근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다. 논쟁의 불씨는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지폈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의 돌봄노동 시장 공백이 원인이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지난 9월 초부터 서울 시내 각 가정에 투입됐다. 서울시가 내놓은 ‘저출산 해결책’이었다. 이들에게는 국내 최저임금이 적용돼 주 5일·하루 8시간 이용하면 238만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 국내 4인 가구 중위소득(572만원)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으로 도입된 사업이 비용 문제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외국인에게는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와 정부, 국회 간에도 입장차가 크다. 서울시는 최근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전문업 취업비자인 E-7 직종에 추가해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서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는 월 100만원 정도로 충분히 필리핀 가사노동자나 양육 도우미 같은 분들을 쓸 수 있다”며 사용자와 고용인이 일대일로 계약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가사사용인’ 제도도 임금을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한민국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가사도우미들이)올 때는 100만원에 올 수 있다. 하지만 한 달 뒤에 과연 거기서 계속 근무를 할지 사라져버릴지 알 수 없다”며 “불법체류자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지금보다 몇 배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 발언에 반박한 셈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지난 3월 돌봄 노동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제를 먼저 제안했다. 급증하는 돌봄노동 수요를 국내 노동자만으로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임금 상승을 통해 내국인 종사자를 늘리는 것은 높은 비용 부담과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개별가구가 사적 계약을 맺거나 외국인 고용 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최저임금 차등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여러모로 제약이 많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고용법’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 국적에 따라 임금을 차등지급하거나 외국인에게 내국인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최저임금을 내국인과 차등적용한다면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직군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이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 경우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내국인 임금이 깎이고 이들의 일자리 안정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역별 차등지급을 하자는 의견도 있다. 미국은 주별로, 일본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지역별 최저임금’과 ‘업종별 최저임금’ 중 더 높은 임금을 적용하도록 한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최저임금을 허용하는 ‘상향식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기본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는 ‘하향식’ 논의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질문 5. 저출산·지방소멸의 해법은 결국 외국인?
한국은행이 걱정할 정도로 돌봄 노동 인력난은 심각하다. 앞서 살펴본 조선업, 건설업, 중소제조업 역시 외국인이 없으면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해법이 저출산이나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문화, 집값 안정, 양질의 일자리 등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저렴하게’, ‘단기적으로’ 외국인을 끌어와 문제를 해결하는 미봉책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보다 저렴하게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는 홍콩의 출산율은 한국과 비슷하다. 양육부담은 덜었지만 집값, 높은 물가와 교육열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곳곳에서 일손이 부족한 한국 노동시장에서의 외국인 유입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보충성의 원칙’과 ‘정주화 방지 원칙’을 고수하는 1차원적인 접근은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종관 교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분배되는 일자리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내국인 구직자를 구하지 못하고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의존한 중소기업 중 국가의 보조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은 구조조정을 하고 전반적인 산업을 고도화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