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규제로 기업 떠나"…'제조업의 탈부산화' 법원도 우려

입력 2024-10-03 08:50
수정 2024-10-03 08:50

관할 구청의 허가 없이 대기 오염물질 배출시설을 운영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부산의 한 목재 가공업체 대표가 '제조업의 탈부산화'가 가속될 것을 우려한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7부(신헌기 부장판사)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소음·진동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목재 가공업체 대표 A씨(50대)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5월 19일부터 2023년 4월 19일까지 공장에서 관할 구청에 신고 없이 무단으로 대기오염물 배출 및 소음·진동 배출시설인 목재가공기계 2대와 통나무를 자를 때 사용하는 제재기 3대를 설치해 가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 공장이 위치한 장소는 해당 기계 사용 인허가를 받을 수 없는 곳이다. 이에 A씨는 목재 및 나무제품 가공업이 가능한 김해의 명동 일반산업단지로 공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 단지 조성이 늦춰지면서 위법임을 알고도 해당 지역에서 공장을 계속해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인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6단독(조재혁 부장판사)은 기계 가동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해 실형을 선고했다.

조 판사는 "공장을 이전하려는 단지의 조성이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대책 없이 계속 돈을 벌기 위해 수차례의 벌금형과 집행유예 1건 등 여러 번 선처받고도 계속해서 법규를 위반하면서 영리 행위를 이어오고 있다"며 "엄벌로 분명한 경고를 하지 않는 이상 같은 이유로 죄를 반복할 게 분명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환경 문제에 대한 규제와 민원으로 인해 지역 경제의 한 축인 공장과 기업이 점차 지역을 떠나는 '탈부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그를 선처한 것이다.

신 판사는 "일반 국민들이 평온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하는 욕망도 있으나, 이런 공장들도 자리 잡고 가동돼야 하므로 서로 조화롭게 해결돼야 한다"며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있는데 1심의 실형 선고가 결국 공장들의 '탈부산화'를 가속하는 판결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진기를 설치해 기계에서 발생하는 분진이 외부로 배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공장이 주택과 인접해 있진 않아 공장 운영으로 인해 실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이 주변에 미치는 정도가 경미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장을 이전하려고 계속된 노력을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형을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