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국내 출시되는 노보노디스크의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약 '위고비' 출하가격이 공개됐다. 유통구조가 복잡한 의약품 시장에서 출하가격이 알려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관심이 크다는 의미다.
시장성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선 예상보다 가격이 낮아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에 도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고도비만 비율이 낮은 한국에선 성장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투여비용 비슷한 삭센다와 위고비3일 의료계에 따르면 쥴릭파마코리아가 오는 15일부터 주문접수 받는 위고비 출하가격은 주사제 한 펜 당 37만2025원으로 정해졌다.
시작 용량인 0.25㎎부터 0.5㎎, 1㎎, 1.7㎎, 2.4㎎ 등으로 구성된 위고비는 국내에서 주 1회 4회 투여용 주사제로 출시된다. 출하 가격은 용량에 상관없이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쥴릭파마에서 판매하는 주사제가 중간 유통사 등을 거치면 유통가격은 47만~50만원 정도로 형성될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봤다. 한달에 70만원 정도면 일선 의료기관에서 비만 환자들이 약물을 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약가가 1300달러(약 170만원)인 데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의약품인 것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가격이 낮다.
위고비보다 앞서 2018년 국내에 출시된 삭센다는 리라글루타이드 18㎎이 들어있는 3ml 제품 한 펜의 국내 유통 가격이 6만7000원 정도다. 출하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삭센다의 시작 용량은 0.6㎎이다. 매일 한번씩 투여하면서 1주일 마다 1.2㎎, 1.8㎎, 2.4㎎, 3㎎까지 용량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를 고려하면 삭센다 한 펜으로 처음 시작하는 비만 환자는 17일, 최대용량 투여 환자는 6일간 쓸 수 있다. 유통가격 기준 한달분은 펜 3개를 써야 하는 첫 시작 환자가 20만1000원, 펜 5개를 쓰는 고용량 환자는 33만50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일선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은 10만~12만원 정도를 내면 삭센다 펜 하나를 처방받을 수 있다. 삭센다 투여 환자가 쓰는 비용은 30만~60만원으로 최대 용량을 투여하는 환자는 위고비와의 약값 차이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 "고도비만 적은 한국선 수요 크지 않아" 평가도다만 업계에선 국내엔 고도비만 환자가 많지 않아 삭센다 투여 환자들의 실제 약값 부담은 이보다 낮다고 했다.
삭센다 용법상 매일 맞도록 돼 있지만 처방환자 상당수는 식사 조절을 해야 하는 특정일에만 투여하는 방식으로 투여 횟수를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한달에 펜 1~2개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시험에서 삭센다는 56주 투여 후 7.5%, 위고비는 68주 투여 후 14.9%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미국 등에서 위고비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것도 주 1회 투여 편의성과 높은 감량 효과 덕분이었다.
이마저도 한국 시장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한국인 비만도는 미국 등 서구권과는 다른 데다 국내서 비만약은 체중 관리를 원하는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비만약은 여성들이 더 말라보이기 위해 사용하는 약"이라며 "고도비만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의 서양과는 처방 패턴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비만약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나 한 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체질량지수 27㎏/㎡ 이상, 30㎏/㎡ 미만 과체중 환자에게 쓸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정상 체중인 사람들이 투여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 내년 마운자로 진입 전 삭센다 철수 전망도여기에 내년엔 주 1회 투여하는 방식으로 72주차에 평균 22% 체중을 줄여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까지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5~6월께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노보노디스크가 삭센다와 위고비를 시장에서 함께 경쟁시키는 것 대신 주력 제품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제품을 철수할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위고비가 시장에 안착하면 특허 만료를 앞둔 삭센다를 철수하는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이란 의미다.
위고비가 비만약 성수기인 '봄·여름'이 아닌 늦가을에 출시되는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비만약 시장 '진검 승부'는 내년으로 미뤄지게 된다.
일각에선 국내 비만약 시장 규모에 비해 시장 관심이 지나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비만약 시장 규모는 1780억원이다. 비중이 가장 컸던 삭센다 매출도 670억원에 불과하다. 미용 목적의 비급여 시장인 탓에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GLP-1 복제약 경쟁도 임박국내에선 리라글루타이드 특허 만료 후 바뀌는 복제약 시장 구도가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란 평가도 있다.
당뇨약 빅토자와 삭센다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 특허 만료는 올해 11월로 예상된다. 리라글루타이드와 인슐린데글루덱 복합주사제인 줄토피 특허도 같은 시기에 만료된다.
위고비와 당뇨약 오젬픽, 먹는 약 리벨서스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특허 만료는 2026년 3월께다. 후발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독은 인도 바이오콘이 지난 3월 영국에서 첫 삭센다 제네릭을 허가 받은 지 두달 만인 지난 5월 국내 유통 계약을 맺었다. 미국에선 테바가 첫 빅토자 제네릭 개발에 나선 데 이어 비아트리스, 산도즈 등도 제네릭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미약품은 상대적으로 저체중이 많은 한국 등 아시아권 특성을 겨냥한 비만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1월 주 1회 투여하는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시험 환자 등록을 시작했다. 2026년 출시하는 게 목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10월 3일 08시58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