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들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민간 투자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고,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공사비 중 일부는 사업비로 반영해 주기로 했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상 선물 한도도 현행 15만원에서 30만원으로 높여 농수산물 소비를 촉진한다. 정부 부처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내수의 두 축인 건설 투자와 민간 소비를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2000억원 민자사업 펀드 내년 도입”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 투자 활성화 방안’ 등을 발표했다. 최근 수출이 12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인 것과 대조적으로 민간 투자 및 건설 경기 등 내수는 부진을 이어가자 종합 처방전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2029년까지 5년간 민간 투자를 30조원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민자사업 걸림돌로 작용하는 공사비 부담을 대폭 줄여주기로 했다. 지금은 총사업비 확정 후 건설 자재비가 오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한해 사업비를 자동 증액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멘트, 철근 등 자재비 상승폭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두 배 이상 웃돌아 민간 사업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물가상승률에 더해 늘어난 공사비를 총사업비에 일부 반영해 주는 특례를 신설하기로 했다. 수익형 민자사업(BTO)은 총사업비의 최대 4.4% 내 금액에서 공사비를 사업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2021~2022년 건설 투자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뒤 100을 곱한 값) 상승률(16.4%)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7.6%)을 뺀 값(8.8%)의 절반을 사업비로 늘려준다는 의미다.
민자사업 자금 지원도 강화한다. 2000억원 규모 ‘민자사업 출자 전용 인프라펀드’를 내년 도입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신용보증 공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4조원으로 늘린다. 불합리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예컨대 도로 등 민자사업으로 운영 중인 기존 시설이 노후화하면 즉시 개량 및 증설 공사가 가능하도록 한다. 기존에는 민자사업 운영 기간이 끝난 뒤에야 개량·증설을 할 수 있었다. ○해외 시멘트 수입 지원 카드도핵심 건설 자재인 시멘트 가격 안정화 방안도 제시했다. 시멘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지난 4년 새 가격이 50%가량 올랐다. 최근에는 원료(유연탄) 가격이 하락했는데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정부는 민간 기업이 해외 시멘트를 수입할 때 품질과 안전성을 엄격히 관리하는 대신 저장시설 인허가와 관련한 애로 사항을 해소해 줄 예정이다. 내국인 기피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공종(공사 종류)에는 관련 비자 신설 등 숙련 외국인력 도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
중소기업을 위한 특별 지원책도 내놨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설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내년까지 1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디지털전환(DX)을 촉진하기 위해 DX 공급 전문기업 500개도 육성한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허용하는 농수산물 선물가액 한도를 현행 15만원에서 3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허세민/이인혁/최형창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