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의 '통일 지우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는 7일 열릴 최고인민회의에서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를 파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을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규정했는데, 이는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론'과 배치되는 만큼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파기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1991년 12월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 결과로 체결된 문서다. 남북 간 화해와 불가침을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고, 통일을 지향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역대 우리 정부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이 합의서의 틀 아래에서 대북 정책을 펼쳐왔을 만큼 남북관계에 큰 의미가 있는 문서로 평가돼왔다.
하지만 김정은은 올 초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교전국'으로 규정하면서 통일 관련 정책을 모두 폐기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이미 지난 2월 경제 분야 합의서를 파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기본합의서 파기도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오는 7일 최고인민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남북기본합의서 파기를 비롯해 헌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고 자의적인 '해상국경선'을 선포할 가능성도 높다. 또 지난 6월 러시아와 체결한 북러 신조약의 비준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제도화를 지속하는 한편 영토 조항 신설 등으로 우리 사회 안보 불안감을 조성하고 한반도 긴장 고조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선 후 자신들이 원하는 북미 구도를 만들기 위해 '북한은 명백한 핵보유국', 한반도는 영토분쟁 지역'과 같은 메시지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내놓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철로를 철거하는 등 남북 단절 조치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에 따르면 최근 판문역에서 판문점 방향 철로 중 통일다리 옆 다리의 교각 외 상단부 철거 정황이 추가로 식별됐다. 경의선 도로 북측 구간에 지뢰를 매설한 뒤 복토한 정황도 파악됐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