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솟값이 폭등한 가운데 대형마트가 줄줄이 할인 행사를 열고 가격 경쟁에 나선다. 여름철 계속된 폭염으로 작황이 악화하면서 배추와 시금치 가격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은 사전 물량 확보 방식을 통한 가격 인하와 연휴 기간을 활용한 행사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이례적 폭염으로 생육이 부진해진 배추와 시금치 등 채솟값이 1년 전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조사 결과 채소류 물가 지수는 전달보다 18.6% 상승했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11.5% 오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마트는 오는 3일부터 이달 말까지 가을철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역주행’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폭염으로 가격이 급등한 시금치(200g)를 정상가 대비 67% 할인한 3000원 미만에 판매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시금치 소매가격은 100g당 2791원이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날씨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시금치 시설 재배 농가를 사전에 확보하고 계약 재배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도 오는 3일부터 6일까지 ‘맛깔나는 황금연휴 4일간 특가’ 행사를 연다. 홈플러스는 긴 폭염으로 가격이 폭등한 배추와 김치 물가 잡기에 주력하기로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평균 9963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60.9% 비싸고 평년보다 38.1% 높다. 평년 가격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이다.
이에 홈플러스는 쌈이나 겉절이로 즐기기 좋은 배추 ‘알배기(통)’를 마이홈플러스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50% 할인한 2990원에 판매한다. 1인당 2통 한정 수량으로 판다.
또 김치 8종(예소담/아워홈/한국농협)도 1만3990원부터 한정 수량으로 선보이며 행사 상품을 2개 이상 구매 시 50% 할인한다. 배추 대신 가공식품 형태의 김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형마트 3사는 지난 1일부터 김장용 절임 배추 예약 판매에 나서면서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3사는 사전 계약과 대량 매입을 통해 김장용 절임 배추를 최저 2만9000원대부터 3만∼4만원대에 판매해 ‘배추보다 저렴한 절임 배추’로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김치 원료 수급 여건은 다음 달 중순께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외식업체, 식자재 업체, 수출용 김치 업체 등의 수급난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에서 배추를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앞서 초도물량 16t(톤)을 수입했고 국내 작황을 고려해 수입 물량을 확대해 간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오는 11∼12월 김장철에 배추 수급이 안정화되도록 작황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장에 쓰는 가을배추 수확까지 70여 일이 소요되는 만큼, 지금의 작황 관리가 김장철 배추 수급을 좌우한다고 보고 현장 기술 지도와 작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작황별 수급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