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확전…고려아연 "공개매수로 자사주 취득·소각"

입력 2024-10-02 10:58
수정 2024-10-02 11:47
고려아연이 경영권 수성을 위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에 맞서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자사주 매입 가격은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최근 상향 조정한 공개매수 가격(75만원)보다 높을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이와 함께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에 대해 대항 공개매수에도 착수한다.

2일 고려아연은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이사회에서 공개 매수를 통한 자기주식 취득 및 취득한 자기주식에 대한 소각 등에 대한 의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소각 방침은 이날 법원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뒤에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영풍 측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앞서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겠다며 공개매수 기간(9월13일~10월4일) 동안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의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인 자사주 매입을 기존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경영권 분쟁 중 자사주 공개매수를 발표한 것은 국내에서 고려아연이 처음이다.

고려아연은 법원 판결에 대해 "고려아연 경영진과 이사회가 적대적 인수·합병(M&A) 상황에서 자사주 취득을 위한 일련의 행위들을 실행하는 것이 법에서 허용하는 합법적인 행위임을 명확히 확인해 준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 가격은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최근 75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은 주당 80만원대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려아연은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대항 공개매수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PEF 운용사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부터 오는 21일까지 영풍정밀 지분 393만7500주를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체 발행 주식의 25%에 해당한다. 주당 3만원에 총 1181억원이 투입된다.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가인 주당 2만5000원보다 20% 높은 수준이다.

제리코파트너스의 특별관계자로는 최 회장과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등 최씨 일가의 이름이 올랐다. 제리코파트너스의 대항 공개매수가 최 회장과 공동으로 진행된다는 뜻이다. 최 회장 측은 현재 영풍정밀 지분 35.45%를 확보 중이다.

영풍정밀은 영풍그룹 계열사이지만, 최씨 일가 지분이 영풍 장씨 일가보다 많다. 최 회장의 작은아버지인 최창규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기도 하다.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MBK 측이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도 진행 중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