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 창간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정·재계·학계 주요 인사들은 대한민국이 초일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화두로 ‘규제개혁’을 일제히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축사에서 연금·의료·노동·교육 등 4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행사를 통해 제시한 경제·산업·기술 초강대국, 문화·예술의 세계적 허브국가, 존경받는 초일류 시민국가 등 3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권과 정부, 기업과 학계 등이 합심해 규제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대학규제 철폐가 교육개혁 핵심”창간 행사에 참석한 주요 대학 총장은 대학규제 철폐를 통한 교육개혁을 초일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물가가 오르는 동안 대학 등록금은 정부 규제에 묶여 2009년부터 16년째 동결됐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미국 대학이 세계 최고 수준인 이유는 정부가 지원할 뿐 규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도 대학규제를 풀어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총장을 지낸 정갑영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도 “대학을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 전문인력 배출 없이 초일류 선진국으로 가는 건 불가능하다”며 “대학의 자율성 회복이 교육개혁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암기식 교육을 창의력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암기 위주의 형식적 교육이 아니라 문제해결형 창의교육으로 획기적 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희 경기교육감 역시 “교육개혁의 핵심은 현행 암기력 위주 평가를 창의력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교육뿐 아니라 다른 부문 개혁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한민국이 초일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밑거름은 노동개혁”이라고 밝혔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연금개혁을 완수해 저출생·고령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자율과 창의를 앞세워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금융규제 혁신과 자본시장 선진화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은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선도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서 규제를 글로벌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업가 기 살릴 정책 필요”지난 60년간 세계에서 유례없는 기적의 역사를 일구는 데 원동력이 된 기업가정신을 더욱 고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초일류 국가가 되려면 기업가정신을 키워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기업가의 기를 살릴 수 있는 정책도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은 “초일류 선진국을 만들기 위해선 과감한 의사결정과 일관성 있고 책임 있는 기업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간 행사에 참석한 여야 원내대표는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개혁 과정에서 정치가 갈등을 부추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초일류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함께 모색하자”며 “정치의 투명성·공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이 3대 비전 중 두 번째로 제시한 문화·예술의 세계적 허브국가를 견인하겠다는 다짐도 나왔다. 이병학 농심 대표는 “식품산업에 첨단기술을 접목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K푸드의 세계화를 통해 허브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도 “한류라는 문화적 플랫폼을 원동력으로 삼아 문화산업기술 교육과 연구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한경이 제시한 마지막 비전인 존경받는 초일류 시민국가에도 적극 공감했다.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우리가 앞으로는 개발도상국에 적극적으로 나눠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환경과 경제의 조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경민/강영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