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이 정원 대비 50명 넘게 모자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서울에서 전북 전주로 이전한 2017년 이후 최대 결원이다. 인력난을 해결하지 않고선 ‘기금운용수익률 1%포인트 제고’라는 정부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기금운용역은 362명으로 정원(415명) 대비 53명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근무 기피, 민간 투자업계 대비 낮은 처우 등으로 전문 인력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금운용직 결원(정원-현원) 규모는 전주 이전이 확정된 2015년 15명에서 이전이 완료된 2017년 34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퇴사자 일시 감소, 신규 채용 확대 등으로 결원 인원(2021년 21명)이 줄었지만 충원 속도가 정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원 인원은 2022년 49명으로 늘었다가 2023년 28명으로 감소한 뒤 올해는 전주 이전 후 가장 많은 결원이 발생했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올해 정원(415명)이 작년보다 50명 급증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지만 정원이 100% 채워진 적은 2012년(118명) 후 한 번도 없었다.
보험료율 인상 효과를 내는 기금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해선 전문 투자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서 기금운용수익률을 4.5%에서 5.5%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보험료율 인상 등의 연금 개혁안이 실행되면 운용역이 책임져야 할 기금은 지난 7월 말 기준 1100조원에서 2026년 5000조원으로 확대된다.
문제는 많은 투자 인력이 정주 여건이 부실한 지방 근무를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금운용본부를 다시 서울로 옮기려면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정치의 영역’이어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만큼의 처우 개선과 해외 현지 인력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는 2018년 서울사무소 설치를 권고하기도 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리적 약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보상을 늘리고 해외 위주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세민/황정환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