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또 한 번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줄었다. 지난달 고용시장 회복을 위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한 제롬 파월 Fed 의장(사진)이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진 않겠다고 얘기하면서다. 시장 안팎에선 미국 경제의 소프트랜딩(연착륙)에 대한 파월 의장의 확신이 반영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파월 의장은 30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미국실물경제협회(NABE) 연설과 그에 앞서 배포한 서면 문건을 통해 “전반적으로 경제는 견조한 상태”라며 “우리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도구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Fed의 최근 빅컷에 대해 “적절한 정책 조정을 통해 노동시장 강세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실업률의 고통스러운 상승 없이 물가 안정을 향한 좋은 진전을 이뤘다”며 ‘물가상승률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하다고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연설 후 이어진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엘런 젠트너 NABE 회장과의 대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분위기를 전하며 “FOMC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경제가 전망대로 흘러간다면 연내 0.5%포인트 추가 인하가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앞서 Fed가 지난달 FOMC에서 공개한 점도표의 내용을 강조한 발언이다. Fed는 점도표에서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연 4.4%로 제시해 연내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다만 시장은 지난달에 이어 오는 11월에도 Fed가 빅컷을 결정할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최근 인플레이션 개선 추세가 지속되면서 Fed가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낼 여건이 마련됐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우리는 미리 정해져 있는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의 리스크는 양면적이며 우리는 회의마다 정책을 결정하는 방식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두르지 않는다’는 그의 발언을 두고 시장은 단계적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해 추가 빅컷 기대를 대폭 낮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11월 FOMC 회의에서 Fed가 빅컷을 단행할 확률을 9월 27일 53%에서 이날 35%로 낮춰 반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월 의장의 발언은 11월에도 Fed가 빅컷을 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누르고 향후 FOMC 금리 결정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