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내일 연다고 한다. 앞서 김동연 지사는 민간기업 50곳과 일부 공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주 4.5일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 시도다. 주 4.5일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관청과 공기업을 대상으로 7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지만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 중 경기도가 처음이라 더욱 주목받는다.
하지만 이슈의 중요성에 비해 경기도가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나 순서는 즉흥적이고 과속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김 지사가 주 4.5일제 도입을 화두로 던진 시기는 불과 달포 전인 지난 8월 중순이다. 그때까지 제대로 된 연구용역 등 사전 준비 절차가 없었다. 이달 연구용역을 발주해 내년 2월쯤 근로자·기업의 인식 등을 보고서로 받아보겠다는 게 경기도가 제시한 일정표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생각도 들어보지 않은 채 덜컥 제도 도입을 밀어붙이는 방식은 일반적이지 않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드는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시범사업 참여 기업에 예산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대목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세금 투입은 주 4.5일제의 가장 큰 걸림돌인 근로시간 단축의 연쇄 파급효과를 측정 불가능으로 만들어버릴 개연성이 크다. 무엇보다 근로자 임금을 세금으로 보전하면 제도 도입 의미 자체가 실종된다. 설마 전면 도입 후에도 세금으로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김 지사는 주 4.5일제를 자신의 브랜드인 휴머노믹스의 일환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일련의 진행 과정을 보면 정치적 치적 쌓기로 서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진다. 대기업도 운영이 만만치 않은 논쟁적인 제도를 대부분 중소 규모인 경기도 내 기업을 대상으로 실험한다는 점이 그렇다. 야근·잔업·초과 노동으로 생활임금을 근근이 보충해가는 근로자가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이상에 치우친 덜컥 수는 근로자 소득 감소와 기업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