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기업이 동물세포로만 만들던 항체 치료제를 식물세포인 벼세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감염병 전파 위험을 줄이고 생산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성룡 피토맵 대표(사진)는 30일 “벼세포를 활용해 경제성을 높인 항체 생산 플랫폼 ‘피토라이스’를 구축했다”며 “유럽의 한 제약사와 협력연구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 환자 치료 등에 쓰이는 항체는 주로 중국햄스터 난소세포인 ‘초(CHO)세포’로 만든다. 동물세포기 때문에 인수공통 감염병 전파 위험이 남아있는 데다 세포를 키우는 배지(배양액) 등의 값이 비싸고 공정도 까다롭다. 식물세포로 항체를 키우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진 배경이다.
하지만 식물세포로 키운 항체와 동물세포로 키운 항체는 아미노산에 붙은 당사슬(당쇄) 구조가 달라 면역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한계가 있었다. 서강대 생명과학과 교수인 김 대표는 2019년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피토맵을 창업했다.
결실도 거뒀다. 김 대표는 윤혜원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와 올해 7월 벼세포로 유방암 항체치료제인 ‘허셉틴’과 같은 ‘허그린’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당사슬 구조를 바꿔 부작용 위험은 대폭 줄이고 효과는 높였다. 식물항체 생산 시스템도 표준화해 생산 플랫폼까지 구축했다.
항체의약품 가격을 결정하는 데 통상 배양 과정은 25%, 정제는 50% 정도 영향을 준다. 식물세포를 쓰면 배지 비용이 50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 원료의약품 생산 단가를 허셉틴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김 대표는 내다봤다.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으로도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ADC는 로슈의 ‘캐사일라’보다 우수한 예비실험 결과를 얻어 간질성폐질환 등을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다. 면역항암제인 ‘옵디보’와 ‘키트루다’도 식물세포로 만드는 게 목표다. 지카바이러스 백신과 루푸스 등 희귀질환용 항체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