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내년부터 관내 민간기업 50곳과 산하 공공기관 일부를 대상으로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를 시범 도입한다. 제도 시행에 따른 임금 삭감분을 도비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주 4일제를 도입한 국내 일부 기업도 최근 부작용 논란으로 줄줄이 철회하고 있어 결국 세금 낭비만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는 10월 2일 수원시 탑동 경기종합노동복지회관에서 ‘휴머노믹스 실천을 위한 경기도 주 4.5일제 공청회’를 연다고 30일 밝혔다.
주 4.5일제는 김동연 지사가 지난 8월 민선 8기 후반기 중점 과제 발표회에서 사람 중심 경제를 뜻하는 ‘휴머노믹스’ 과제의 하나로 제시한 정책이다. 노사 합의로 임금 삭감 없는 격주 주 4일제, 주 35시간제, 매주 금요일 반일 근무 중 하나를 선택하면 도에서 임금 단축분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도는 이를 위해 내년도 본예산안에 이미 100억원을 편성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우선 10월에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해 내년 2월까지 결과를 받아보고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의회는 최근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용역 예산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투입하는 안을 의결했다.
도에 따르면 이번 용역의 핵심 내용은 기업 및 노동자의 인식이 될 전망이다. 특히 노동자는 물론 민간 기업 경영진의 인식과 평가를 살펴보고 정책 시행 시 필요한 사항 등을 파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후 시범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을 선정해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김 지사가 자신만만하게 내세운 공약 사업이지만 실제 결과가 긍정적일지는 미지수다. 이미 주 4일제를 도입했다가 철회한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2022년 2주마다 주 4일 근무를 시행하는 ‘격주 놀금제’를 도입했다가 직종 간 형평성 등을 우려해 반년여 만에 폐지했다. 교육 전문 기업인 에듀윌도 2019년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전면 도입해 관련 이슈에 불을 지폈지만, 3년 만에 이를 포기하고 다시 주 5일제로 돌아갔다.
경영진뿐만 아니라 직장인 사이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만만치 않다. 경기 성남의 한 대기업에서 5년째 일하는 A씨는 “어차피 일이 줄진 않을 테니 ‘몸센티브’(야근·휴일수당 등 몸으로 만드는 인센티브)를 주 5일제 기준보다 좀 더 받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