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했던 알뜰폰 성장세가 더뎌지면서 알뜰폰 업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에 연내 1000만 가입자 돌파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7월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 및 무선 데이터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알뜰폰 누적 순증 회선은 약 64만4153개로 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96만개) 대비 33% 감소했다.
LTE 회선 전체 가입자 약 2189만명 중 알뜰폰 가입 회선은 약 879만개로 전체 LTE 가입자의 40%가량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9%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확실히 더뎌지는 모양새다.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알뜰폰 가입자는 1년 새 117만9558명 증가했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진 114만 9148명 증가하며 매월 평균 12만명 늘었으나 올해 7월까지 월평균 가입자 수는 8만6000명으로 줄었다.
이대로라면 연내 1000만 가입자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 수는 936만5701명으로 63만4299명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통사와 진행하는 망 도매대가 협상을 정부 주도 없이 공동 대응하게 되면서 이전보다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는 그간 이통3사와의 망 도매대가 협상을 중재해 왔으나 내년부터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알뜰폰 업체 홀로 진행해야 한다. 알뜰폰 업체는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도매대가를 제공하고 통신망을 임대하는 방법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해 왔다.
지난 27일 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41개 사업자와 세종텔레콤 본사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사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부정 가입 방지, 개인정보 보호 등의 자체적인 자정 노력과 함께 도매제공 대가 사후 규제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부칙 제2조의 폐지가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알뜰폰 가입자 증가세가 더뎌진 이유로는 가격 경쟁력 저하가 꼽힌다. 정부가 최근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일환으로 이통3사에 통신 요금 인하를 요청하면서 5G 요금제는 월 2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이통 3사가 운영 중인 선택약정, 가족 결합 할인 등 각종 제도를 더 하면 월 1만원대에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알뜰폰 사업자는 100원 단위의 초저가 요금제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몇백원대 초저가 요금제는 일반적으로 6개월~12개월간 가격 혜택을 제공한 뒤 요금을 올리는 식이다.
알뜰폰요금제 비교사이트 '모두의 요금제' 1만원 이하 요금제 인기 랭킹에 따르면 월 100원에 데이터 3기가바이트(GB)~5GB, 통화 100분, 문자 100건, 월 110원에 데이터 10GB, 통화 200분, 문자 200건을 제공하는 요금제가 순위에 올라있다.
알뜰폰 이용자 직장인 이연우씨(24)는 "현재 1만원대에 월 7GB, 밀리의 서재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밀리의 서재가 9900원이다 보니 사실상 몇천원에 요금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라며 "더 혜택이 좋은 알뜰폰 요금제가 있다면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갈아타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