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프' 열풍에 헬스장 엄청 늘더니…"월 1만5000원, 너무하네"

입력 2024-10-22 13:01
수정 2024-10-22 13:25


경기 고양시에서 6년째 헬스장을 운영하는 A씨의 매출은 재작년부터 반토막 났다. 그 시기 개업한 인근 헬스장들 네 곳이 비슷한 시기에 개업하며 신규 등록 시 헬스장 이용권의 남은 기간만큼 이용권을 연장해주는 ‘기간제 보상’으로 200명 넘게 회원을 빼가서다. 관장 김모씨(35)는 "우리 헬스장 이용권을 환불하면 남은 기간만큼 기간을 연장을 해주겠다는 식이라 사실상 파격적인 이용권 할인과 다름없다"며 "손해를 감수하고 이용권 가격을 같이 내려봤지만 이미 절반의 회원이 빠져 손해가 막심하다"고 하소연했다.

헬스장을 비롯한 체력단련 업체에 생존을 위한 과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과 ‘바디프로필 열풍’으로 우후죽순 개업이 이뤄졌지만, 수요가 줄어들면서 산업 전반에 불황이 들이닥쳤다. 업체들의 폐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회원을 빼가기 위해 기간제 보상과 같은 불공정 영업행태가 난무하면서 업계 전체가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공정 경쟁 논란22일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부터 ‘기간 보상 헬스장 신고센터’를 만들어 자체 운영 중이다. 기간제 보상과 같은 도 넘은 경쟁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로 온라인 자경단을 꾸린 것이다. 이곳 게시판에는 김씨와 같은 피해 사례가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다.




충남 서산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박모씨(30)는 "작년 생긴 헬스장이 기간제 보상 이벤트를 지속하면서 한 달에 5명 이상의 회원이 환불을 요청하고 있다"며 "회원을 빼앗기는 동시에 남은 회원 유치를 위해 50만원 상당의 연간 이용권을 상시로 할인하다 보니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돼 신고센터에 사례를 접수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헬스업계에 만연한 기간 보상제가 공정거래법상 위법인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정환국 제이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남은 회원권 기간을 현금에 준하는 회원권 기간으로 보상해 회원을 빼앗으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고객 유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열경쟁에 폐업 줄이어…'먹튀 우려도'헬스업계는 최근 헬스장 개업이 늘어나고 경쟁이 심화하며 위법 소지가 다분한 기간제 보상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시기 활황 이후 엔데믹 전환하며 이용자는 그대로이거나, 줄었지만 헬스장 숫자만 늘어나면서 업체 간 '치킨게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전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 2019년 1109건이었던 헬스장 등 체력단련장 개업 건수는 2022년에 2098건으로 89.18% 증가했다. 2023년에는 1846건. 2024년 9월까지는 총 1232건으로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신규 업체들이 꾸준히 경쟁에 뛰어들며 경쟁을 심화시켰다.

업체 간 피 말리는 경쟁으로 최근 기승을 부리는 ‘헬스장 먹튀’ 문제가 심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간제 보상으로 업체 손해가 누적되면 헬스장이 돌연 폐업을 선언하고, 회원에겐 환불을 해 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1년 이용권을 24만원 수준으로 내린 헬스장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50만원이 평균인 연간 이용권을 절반 가격으로 판매 중이라면 업체가 손해를 보면서 회원을 모을 정도로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김성모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화장은 “과도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헬스장이 폐업하면서 등록 이용자들의 남은 기간을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는 사례가 만연하다”며 “기간 보상제와 같은 방식의 치킨게임이 계속되면 ‘줄폐업’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지난해 접수된 헬스장 피해 구제 신청 건수는 3165건으로 2022년(2654건)보다 19.2% 늘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