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로봇은 모성애 같은 고차원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슈렉' '쿵푸팬더' 등 명작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드림웍스가 30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신작 '와일드 로봇'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유토피아적인 그림을 제시한다. 로봇도 사람이나 동물처럼 모성애를 가질 수 있으며, 누군가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모성애·휴머니즘 담은 드림웍스 첫 로봇 작품
이야기 구조는 직관적이고 심플하다. 우연한 사고로 거대한 숲에 표류하게 된 인공지능(AI) 로봇 '로즈', 그는 주변 야생동물을 모방하고 언어를 습득하며 다가간다. 로즈는 몇 분이면 이들의 동작과 언어를 분석해 모방할 만큼 고지능 로봇이다. 그러던 중 로즈는 가족을 잃은 새끼 갈매기 '브라이트빌'의 보호자가 된다. 그의 첫 임무는 브라이트빌을 키워 날 수 있게 하는 것. 그에게 임무는 "무조건 완수해야만 하는 것"으로 프로그램 돼 있다.
브라이트빌은 선천적으로 몸집이 작아 비행이 어렵고, 기러기 무리에도 끼지 못한다. 이런 브라이트빌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로즈는 새롭고 복잡한 감정들과 마주하게 된다. 의기소침해진 아이를 위로하고, 때로는 강인하게 만들어야 하고, 친구들의 무시로부터 아이의 마음을 지켜야 한다. 이런 복잡한 감정 데이터가 쌓여가면서 로즈는 일종의 모성애를 갖게 된다.
그렇게 이방인 로즈와 몸집이 작은 브라이트빌, 친구가 없는 외톨이 여우 '핑크'. 오갈 데 없던 세 명의 아웃사이더는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되고, 이들의 관계성은 야생 동물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로즈의 똑똑한 지능과 탁월한 기능은 동물 사회에게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야생 동물들과 로봇은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반면 로즈를 만든 회사 사람들(인간)은 로봇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이용하려고 한다. 자신들의 업장 운영에 방해가 되면 생명을 공격하고, 그들의 로봇 오직 상품을 위한 데이터로만 활용하려고 한다.
영화는 로봇을 대하는 동물과 인간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로봇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챗 GPT에게 친절하게 대할수록 답변의 퀄리티가 높아졌다는 세간의 이야기처럼, AI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한다는 메시지를 은연 중에 던진다.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완성한 빼어난 비주얼
와일드 로봇은 드림웍스가 제작한 첫 로봇 애니메이션이다. 영화의 비주얼 또한 전에 없던 형태의 로봇과 인상주의 회화같은 자연 배경 등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드림웍스 1호 한국인 애니메이터 허현 씨와 박혜정 씨가 참여해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드람웍스에서 각각 21년, 8년간 근무한 베테랑 애니메이터들이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두 사람은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로즈의 외형은 동그랗다. 두 눈과 얼굴과 몸이 모두 구형이다. 이에 대해 허 씨는 "기존 로봇들은 각진 모양이 많았다"며 "모나지 않고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원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허 씨는 "로즈의 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로즈의 눈 속 렌즈의 확장과 수축, (눈을 여닫는) 셔터의 움직임과 같은 것으로 놀라움, 즐거움, 슬픔 등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배경에는 박혜정 씨가 핵심 역할을 맡았다. 박 씨는 "'와일드 로봇'은 회화적 표현이 강한 작품"이라며 "(회화적 표현에선) 정점을 찍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이달 1일 개봉. 상영시간 102분.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