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부실채권 3.2兆…증권사 신용등급 줄강등 우려

입력 2024-09-30 09:58
이 기사는 09월 30일 09: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신용등급 하향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깊어지면서 증권사 재무구조를 훼손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에서 대형 증권사까지 신용등급 강등 움직임이 확산할 조짐이다.

30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대형 증권사(자기자본 1조~4조원) 가운데 BNK증권·iM증권·IBK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현대차증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부동산 금융 비중이 높은 데다 수익 창출력도 약화되고 있다.

윤제성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2020~2022년 부동산 금융 호황기에 등급이 상향 조정된 증권사들은 그에 걸맞은 수익성을 보여줘야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며 "수익창출력 회복 지연으로 재무안정성이 흔들리면 신용도 하향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부실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가운데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36.31%로 나타났다. 작년 3월 말(19.78%)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은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뜻한다. 증권사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잔액도 올 3월 말 3조2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9000억원이나 불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국내 증권사의 신용도에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20일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현재 'Baa2'인 신용등급이 ‘Baa3’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무디스뿐 아니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를 달았다.

수익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한국투자증권의 경영 전략이 신용도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신용평가업계의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부터 IB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발행어음 영업 전략을 구사하는 등 실적 개선을 이뤄냈지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오히려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형 증권사 신용도 내림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나이스신용평가는 SK증권의 신용등급은 ‘A’에서 ‘A-’로 강등했다. 신용등급이 ‘A’인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케이프투자증권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책정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부실 위험성은 더 크다는 점이 고려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PF 가운데 위험성이 큰 중·후순위 비중은 72%에 달한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의 중·후순위 비중(32%)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윤 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 증권사에 비해 계열사 지원이나 자본력 측면에서 취약한 편”이라며 “급격한 금리 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겹치면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충격파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