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합병 무산시킨 '이복현의 입' 고려아연 분쟁도 흔들까

입력 2024-09-29 20:18
수정 2024-09-29 20:2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에 불필요한 여론전을 자제하고 공개매수 절차를 적법하게 진행하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복현 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부원장 회의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한 현안에 대해 논의한 후 이처럼 밝혔다고 29일 전했다.

이 원장은 "공개매수 등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공개매수는 관련자들 간 경쟁 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개매수자, 대상회사 등 관련자들은 공정 경쟁의 원칙을 준수하는 한편, 향후 공개매수 과정에서 제반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개매수와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으로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가 발생하는지 면밀히 시장 감시를 실시하고, 필요시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적발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조치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MBK가 중국계 펀드이며 고려아연 인수 후 중국에 회사를 매각하고 중국에 기술을 유출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이 마구 이뤄지고 있다"며 "근거 없는 루머는 즉각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도 즉각 입장문을 내고 "MBK파트너스는 공개적으로 매수가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혀오다 이를 상향하며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당사의 기업 실적이나 가치, 경영진의 능력 등을 허위로 왜곡하는 등 근거 없는 루머성, 풍문성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며 "이를 즉각 멈추라"고 맞받았다.

앞서 지난 13일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은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2조원 규모의 고려아연·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당초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힌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발표 이후 주가가 기존 공개매수가인 66만원을 훌쩍 넘어서자 75만원으로 13.6% 상향했다. MBK파트너스는 영풍정밀 주식 공개 매수가도 주당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25% 인상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MBK 측이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는 경우 고려아연 의결권 3.7%를 차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원장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 양측의 경쟁 과열을 지적하며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고 경고하면서, 재계에서는 이번 발언의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7월 11일 발표된 두산그룹 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중요사항이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이 원장은 "(증권신고서에)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꾸준히 정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두산 측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비율을 0.63대1로 고수하자 2차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융당국의 거듭된 정정 요구를 두고 두산이 직전 증권신고서에서도 논란의 핵심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을 동일하게 고수하자 압박의 강도를 높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소액주주들의 반대와 금융당국의 두 차례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두산측은 지난 8월 포괄적 주식 교환을 철회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